경제
국내 연구팀, 반도체 산업 판도 바꿀 나노입자 기술 개발
입력 2016-04-08 03:02  | 수정 2016-04-08 07:17
용액공정을 기반으로 무기 나노입자를 활용해 구현된 전자소자(트랜지스터) 모식도 <사진 = 지질지원연구원>

국내 연구팀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등 첨단 전자산업의 핵심인 전자소자(박막 트랜지스터·TFT)의 전체 구성요소를 용액공정이 가능한 무기 나노입자로 구현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컴퓨터, TV,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의 필수부품은 디스플레이다. 이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이 박막 트랜지스터(TFT)로 디스플레이에 이미지를 구현하는 최소 단위점인 픽셀(pixel)의 색상 밝기를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TFT는 유리나 세라믹 소재의 기판 위에 진공 증착 등의 방식으로 만든 ‘얇은 막(박막)을 이용해 만든다.
TFT 제작엔 진공증착 방식이 널리 사용됐다. 진공상태에서 금속이나 화합물을 증발시켜 마주보고 있는 기판의 표면에 박막을 만드는 방법(증착)이다. 진공상태에서 금속 등의 증발을 위해 고온의 열까지 내야해서 장비가 고가라는 점이 문제였다.
진공증착 방식의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용액공정이지만 무기 나노입자를 박막형태로 만들었을 때 전기 전도성이 크게 떨어진다. 전자의 이동이 쉬울수록 전기 전도성이 올라가면서 전기가 잘 흐른다. 나노입자를 박막 형태로 결합·조합할 때 나노 입자들 간 간격이 너무 멀어져 전자가 이동하기가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돌다리의 돌 사이 간격이 너무 멀어 힘껏 뛰어봐도 건너기 어려웠던 것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광물자원연구본부 희유자원활용연구실 최지혁 선임연구원(제1 저자), 미국 펜실베니아대, 고려대 오승주 교수, 연세대 성진우 박사 등 연구팀은 ‘리간드 공정을 활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연구팀은 무기용매를 기판 위에 떨어뜨린 뒤 기판을 고속으로 회전시켜 원심력으로 용매를 증착하는 ‘스핀코팅기법을 활용했다. 기판 위에 은(Ag), 산화알루미늄(Al2O3), 카드뮴셀레나이드(CdSe), 은·인듐(In) 나노입자를 차례로 층층이 쌓는 방식으로 TFT를 만들었다. 각각의 액체 화합물을 한 번에 한 종류씩 떨어뜨린 뒤 스핀코팅으로 박막을 만든 다음 박막이 형성된 기판을 티오시안산암모늄에 담갔다 빼는 ‘리간드 공정을 거쳤다.
리간드 공정은 입자들의 거리를 좁혀주는 기술이다. 강 위에 놓인 돌들의 거리를 좁혀주는 것이다. 힘껏 도약해도 건너기 어렵던 돌(입자)의 거리가 좁혀지면서 쉽게 강을 건널 수 있는(전기가 잘 통하는) 환경으로 변한 것이다.
최 선임연구원은 상용화 공정에 적용한다면 은, 산화알루미늄 등 다양한 나노입자 용액과 리간드용 용액을 위에서 기판에 분사할 수 있는 장비를 설치할 수 있다”며 기판에 나노입자를 분사하고 스핀코팅해 박막을 만든 뒤 리간드 용액을 뿌려주고 또다른 나노입자를 그 위에 분사하는 방법을 몇 차례 거치면 TFT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과 시간 경쟁력이다. TFT 생산 단가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 선임연구원은 진공장비 한 대가 8000만~1억원 정도 하는데 우리가 만든 장비는 800만~1500만원 정도”라며 장비 가격만 최대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일한 두께의 알루미나를 증착시킬때 진공증착으로는 10시간 이상이 걸리지만 용액공정이라면 10분 이내로 가능하다.
TFT를 만드는 기술은 서로 다르지만 제작엔 동일한 화합물이 쓰인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재료는 동일하면서 더 값싸게 TFT를 만들 수 있는 셈이다. 대기업 입장에선 생산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중소기업은 전자소자 제조장벽이 낮아지면서 관련산업에 진출할 길이 열리게 된다.
이번 연구결과는 TFT 제작의 마지막 단계에서 반도체 층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도핑 공정에도 적용할 수 있다. 기존에 진공증착이 활용되던 도핑공정까지 용액공정으로 대체할 수 있어 ‘전 공정 용액공정화를 이룰 수 있게 됐다. 용액공정은 고온 열처리가 필요없기에 진공증착에 쓰이던 유리기판도 플렉서블한 플라스틱기판으로 대체할 수 있다. 연구팀의 기술이 적용된 용액공정의 잠재가치가 큰 이유다.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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