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드러난 세계 각국 정상의 수상한 페이퍼컴퍼니 설립
입력 2016-04-04 17:18 

대대적인 반(反)부패 드라이브에 나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매형이 대표적인 조세피난처 중 하나인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2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시진핑 주석에게 당혹스런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는 물리적인 실체 없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기업으로 세금을 줄이기 위해 세금이 없는 조세피난처에 설립하는데 불법·편법의 온상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블라디미를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측근을 통해 2억달러의 자금세탁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처럼 시진핑, 푸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등 각국 전·현직 정상과 리오넬 메시, 성룡 등 세계적인 스포츠·연예계 스타들이 탈세 또는 돈세탁을 시도한 정황이 포착됐다. 미국 워싱턴DC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3일(현지시간) 총1150만건에 달하는 사상 최대규모의 조세회피처 자료를 공개했다.
푸틴 대통령 이름이 직접 등장하지 않았지만 자금줄로 알려진 로시야은행과 측근인 첼리스트 세르게이 롤두긴이 각각 소유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2억 달러를 빌려주고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돈세탁을 한것으로 파악됐다. 푸틴 대통령은 이외에도 2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차명으로 거래하는 데 연루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캐머런 총리의 경우, 주식중개업을 하는 부친 이언 캐머런이 관리하는 펀드 ‘블레어 홀딩스를 조세 회피 목적으로 파나마에 등록해 운영했다고 밝혔다. 자료에 이름이 직접 거명된 전·현직 세계 정상급 지도자는 12명이다.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셰이크 하마드 빈 칼리파 알타니 전 카타르 국왕, 아야드 알라위 전 이라크 총리, 알리 아부 라게브 전 요르단 총리 등이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세계적인 축구 선수 메시는 2013년 스페인 검찰에 탈세 혐의로 기소되자 아버지 호세 호라시오 메시와 함께 파나마에 페이퍼컴퍼니 메가스타 엔터프라이즈를 설립, 재차 탈세를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홍콩 출신 영화배우 청룽은 6개 이상의 페이퍼컴퍼니를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500대 부자 중 29명도 포함됐다.
한국인도 195명이 포함됐고 노태우 전 대통령 장남 노재헌(51)씨 이름도 확인됐다. ICIJ의 자료 분석에 참여한 국내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조세 회피 관련 자료에서 재헌씨의 영문 이름(‘Ro Jae Hun)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노재헌씨가 영국령인 버진 아일랜드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는 ‘원 아시아 인터내셔널, ‘지씨아이 아시아(GCI Asia), ‘루제스 인터내셔널(Luxes internatinoal) 등이다. 뉴스타파는 재헌씨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숨기기 위해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고 이들 회사가 매형 관계였던 SK그룹 최태원 회장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국세청은 독일, 파나마 등과 공조해 노씨를 포함한 한국인 명단과 금융 자료를 확보한 뒤 탈세 혐의가 있는지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자이퉁이 ‘역외 비밀 도매상으로 악명이 높은 파나마 로펌인 모색 폰세카(Mossack Fonseca)의 1977∼2015년 자료를 입수해 ICIJ와 함께 분석한 것이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장원주 기자 /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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