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얼어붙은 술집 경기 ‘다들 집에서 혼자 홀짝홀짝’
입력 2016-04-04 16:53 

지난해 회사에 취직한 장창섭 씨(26·남)는 요즘 친구와 만날때면 마트에서 와인을 사서 집에서 먹는 경우가 늘었다. 일반 식당에서는 한잔에 1만원 안팎까지 하지만 마트에서는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한병씩 살 수 있고 종류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장씨는 여자친구와 먹는 경우가 아니라면 괜히 비싼 술집에서 먹는것보다 원하는 술을 사 집에서 먹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며 요즘은 ‘홈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것)을 즐기는 친구들이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홈술은 불황 때문에 회식이 줄고, 인구구조 변화로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만들어낸 새로운 풍속도다. 홈술이 늘어난 탓에 술집들은 사상 최악의 불경기를 겪고 있다.
4일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맥줏집과 막걸릿집 등 전문적으로 술을 파는 ‘주점업 서비스업생산지수는 지난 2월 73.0을 기록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00년 7월 이후 최저치다.
서비스업생산지수는 2010년 물가지수를 기준점인 100으로 놓고 나서 가격변동분을 제거한 업종 실질 성장을 나타내는 지수다. 100 미만일 경우 기준점인 2010년에 비해 생산이 줄었음을 뜻한다.

월별 기준으로 볼때 주점업 서비스업생산지수는 2014년 7월 100.9를 기록한 것을 끝으로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특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사람들이 외출을 꺼린 지난해 6월에는 78.2까지 떨어졌다. 그나마 작년말에는 연말특수로 90.5까지 치솟았지만 지난 1월 다시 78.8로 급락하더니 2월에 사상 최저치까지 곤두박질친 것이다. 설 연휴가 있는 2월에 술집 장사가 잘 안되는 탓도 있지만 이전 최저치인 작년 2월 76.6보다도 상황이 훨씬 좋지 않았다.
전년동월대비 증감률로 봐도 2014년 7월 이후 1년 7개월째 마이너스다.
주점업 서비스업생산이 줄어든 데는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원인은 과거 술집을 자주 찾는 연령인 20~30세대의 팍팍해진 주머니 사정인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청 가계동향에 따르면 가구주가 39세이하인 2인 이상 가구의 지난해 월 평균 소득이 431만 6000원으로 2014년보다 0.6% 감소했다. 20~30대 가구소득이 줄어든 것은 2003년 가계동향 조사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혼밥족(혼자 밥먹는 사람) ‘혼술족(혼자 술먹는 사람)이란 신조어가 유행할만큼 1인가구가 늘어난 영향도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 비중은 2000년 15.6%에서 지난해 27.1%로 증가했다. 편의점과 마트업계가 이들 1인가구를 위한 각종 안주 간편식을 속속 내놓고 있어 ‘혼술도 편리해졌다. 실제 집에서 소비하는 금액만 따지는 가계동향의 주류 소비지출은 지난해 월평균 1만 2109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아 전문 주점에 잘 가지 않는 트렌드가 반영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불황에다 ‘혼밥족 증가의 영향으로 술집이 아닌 일반 음식점 경기도 얼어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음식점의 서비스업생산지수는 지난달 84.3으로 2011년 9월 83.9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조시영 기자 / 이승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