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석유·가스만 믿던 브루나이는 지금 경제구조개혁 중
입력 2016-04-04 16:14 

‘술탄이 다스리는 인구 40만명 소국 브루나이는 석유·가스 수출 비중이 95%에 달하는 원자재 수출국이다.
하지만 지난 2014년 중반이후 저유가 추세가 장기화되면서 경제구조 개편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브루나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6%에 그쳐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갔다. 지난해 정부 세수도 지난 2012년 고 비교해 70% 급감한 것으로 추정된다. 석유·가스 이외에 마땅히 다른 산업이 존재하지 않고, 국민의 80% 가량이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탓에 저유가 사태에 따른 타격이 심각하다. 브루나이 정부가 석유 중심 경제에서 신사업 육성 기반을 갖추기 위한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에 공을 들이는 배경이다.
이와 관련해 대림산업은 브루나이 최초의 해상특수교량인 ‘순가이 브루나이 대교(Sungai Brunei Bridge) 건설 공사를 진행하며 ‘건설 한류에 앞장서고 있다. 공사는 수도 반다르스리브가완을 관통하는 브루나이강의 양안(캄풍 순가이 케분과 잘란 레지던시 지역)을 연결하는 1233억원 규모 프로젝트다. 브루나이 정부가 남부 지역을 개발하고 국가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2013년 발주했다. 올해 완공되면 기존 40km에 이르는 이동거리가 607m로 확 단축된다. 대림산업은 브루나이 국교가 이슬람교라는 점에 착안, 주탑을 이슬람 사원을 상징하는 돔 모양으로 디자인하고 1층에 이슬람 기도실을 설치하는 등 교량에 문화를 담아냈다.
브루나이는 이처럼 신산업 육성 인프라 구축에 공을 들이는 한편 외자유치를 통한 경제구조 개편도 적극 추진 중이다. 중국 흥이그룹(恒逸集團)으로부터 최대 60억달러(6조88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이끌어낸게 대표적 성과다. 흥이그룹은 브루나이 북부 푸알라 무아라 비저(PMB) 섬에 석유정제·화학공장을 건설하고 항구·관광단지 개발까지 포괄하는 대형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다. 브루나이는 이를 통해 풍부한 천연자원에 부가가치를 더한 수출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외에 사업자 등록절차 간소화, 중소기업 지원정책 등도 신속하게 도입됐다. 과거 경제개혁 사업들이 선언에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그만큼 정부의 위기의식이 크다는 방증이다.

다만 브루나이 특유의 정부보상 방식때문에 해외기업이 직면하는 진출장벽이 여전히 높다는 점은 고려해야할 사항이다. 브루나이는 투자 장려책으로 50년간 땅을 임대해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때문에 장기적으로 토지를 활용할 계획이 없다면 사업진출이 쉽지 않다. 흥이그룹처럼 수십년후 수익을 바라보는 장기전략이 아니면 투자가 어렵다는 얘기다.
엄격한 이슬람 규율을 강조하는 브루나이는 고가 식품·화장품 할랄(이슬람교도가 식용으로 사용하는 식품)인증 시장 선점 계획도 갖고 있다. 브루나이는 할랄인증 경쟁에서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보다는 후발주자지만 전세계 할랄 시장이 연 1조4000억달러(160조원)에 달하는 만큼 충분한 성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는 전략이다.
[반다르스리브가완 =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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