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등 주요 정부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위축됐던 과천시 부동산시장이 재건축으로 다시 꿈틀대고 있다. 재건축이 중단되다시피 했던 단지들의 사업 속도가 빨라져 11년 만에 새 아파트가 공급되고 기존 아파트 매매가격도 상승세다. 일부 재건축 단지는 일반분양가가 3.3㎡당 평균 3000만원을 넘볼 태세다.
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최근 이주에 들어간 과천주공1단지는 관리처분총회 당시 3.3㎡당 평균 분양가를 2970만원으로 책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5가구 미만으로 지어질 예정인 펜트하우스(꼭대기층)의 3.3㎡당 분양가는 3000만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동인 과천주공 1단지 조합장은 과천역과 매우 가까운 초역세권인데다 과천중, 과천외고 등 명문학교와 인접한 대단지여서 3.3㎡당 분양가를 3000만원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과천이 강남 접근성이 좋고 쾌적해 살기 좋은 지역이어서 분양가를 높여도 시장에서 소화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과천주공 1단지는 오는 7월 29일까지 이주를 마치고 이르면 12월 일반분양에 돌입한다. 전용면적 46~82㎡, 1039가구로 구성된 5층 짜리 저층 단지인 이곳은 재건축을 통해 최고 28층, 전용 59~189㎡, 1567가구로 탈바꿈한다.
과천 재건축 단지 중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7-2단지도 과천 아파트값이 뛰면서 분양가 상승 기대감이 높아졌다. 오는 5월 일반분양에 나서는 7-2단지(래미안과천센트럴스위트)는 3.3㎡당 평균 분양가로 2500만~2600만원선을 저울질하고 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자들 사이에서는 2700만~2800만원까지 높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신동인 삼성물산 분양소장은 과천주공3·11단지가 재건축되긴 했지만 분양가구수가 20가구 미만에 그쳐 공식절차를 거친 일반분양물량은 1985년 이후 7-2단지가 사실상 처음이라 새 아파트 수요가 많다”고 전했다. 7-2단지는 과천역 초역세권 단지인 데다 단지 바로 옆에 청계초, 과천고, 중앙공원 등을 갖춰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 단지는 지하 2층~최고 25층, 9개동에 전용 59~118㎡, 543가구로 이 가운데 143가구가 일반분양된다.
6단지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6단지는 재건축을 결사반대하던 상가 소유주들로 장기간 재건축 사업에 난항을 겪어왔다. 6단지는 조합이 상가 소유주들의 요구사항을 대거 수용하면서 재건축 사업이 다시 살아나 이달 30일 관리처분총회를 개최한다. 재건축되면 1983년에 지어진 5층짜리 낡은 아파트는 전용 59~135㎡, 1302가구로 구성된 고층아파트로 새로 태어난다. 구세봉 6단지 조합장은 일반분양가로 3.3㎡당 평균 2700만원 이상을 보고 있다”며 최근 청약을 마친 개포주공2단지 결과가 좋게 나와 분양가 인상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전했다.
과천은 강남을 대체하는 주거지역으로 부상하며 3.3㎡당 평균 아파트값이 2006년 말 3800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위기·부동산시장 침체·정부청사 이전 여파가 겹쳐 2012년엔 2500만원 아래로 고꾸라졌다가 재건축 추진과 함께 회복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과천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격은 2014년 6월 2405만원을 찍은 뒤 줄곧 상승해 지난달 말 2634만원까지 올랐다. 이는 송파구(2253만원), 용산구(2292만원), 위례(1905만원) 아파트시세보다 높다.
전문가들은 과천 부동산시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과천은 강남 접근성, 주거환경이 좋아 수요가 많은 편이어서 기존 낡은 단지를 재건축하면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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