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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의 진짜타자] 이학주에 거는 기대, ‘준비된 자에게 기회는 온다’
입력 2016-04-03 07:20  | 수정 2016-04-03 08:00
이학주는 샌프란시스코의 트리플A팀인 새크라멘토에서 2016시즌 개막을 맞는다. ‘ML 도전 8년째’인 올해는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사진=AFPBBNews=News1
샌프란시스코의 트리플A팀 새크라멘토 리버캣츠에서 2016시즌을 시작하는 이학주(26)가 지난달 30일 연습경기에서 ‘무려 조니 쿠에토에게 홈런을 때려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인을 통해서 동영상을 전달받아 봤더니 정말 시원한 스윙이었다. 그토록 기다리는 기회를 올해는 꼭 잡을 수 있을지 기대가 커졌다.
열아홉 살이던 2009년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 싱글A, 더블A, 트리플A까지 차근차근 성장하고 있던 유격수 이학주는 2013년 수비 중 주자와의 충돌로 왼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됐던 아픔이 있다. 수술과 재활을 견디고 돌아왔지만, 그는 부상 전의 타격 실력을 온전히 되찾지 못했다.
무릎 부상의 후유증으로 하체에 제대로 힘을 주지 못하는 듯했다. 타격은 과감한 중심이동과 강력한 회전을 버텨내면서 하체를 잘 써야하는데 큰 부상을 겪은 부위를 자기도 모르게 자꾸 경계하게 되는 탓인지 이학주는 어느새 상체에 의존하는 타격으로 변해있었다. 타구에 제대로 힘을 싣는 게 어려워지고 특히 떨어지는 공에 약점을 갖게 됐다.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와 마이너계약에 성공한 뒤 겨우내 이학주는 많은 노력을 했다. 스윙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여러 방법을 모색했고, 준비 자세에서 배트를 쥔 손의 위치를 조금 내리는 타격폼 수정을 시도했다. 몸의 중심을 살짝 낮추고 하체의 자신감 있는 움직임에 집중하면서 최적의 스윙 타이밍을 찾아내기 위한 노력이었다. 꽤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 하체의 동작이 부드러워지면서 정확도와 파워에서 자신감을 되찾은 모양이다.
사실 무릎 부상 이후 이학주가 극복해야 했던 것은 몸의 문제만큼이나 정신적인 문제였다는 생각이다. 많은 선수들이 큰 부상을 겪고 나면 힘든 재활을 견디고 건강을 완전히 회복한 이후에도 부상의 트라우마라는 또 다른 적과의 싸움에 맞닥뜨린다. 내 몸에 대한 자신감이 예전 같지 않고 자기도 모르는 새 부상 이력 부위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수비와 주루 능력은 괜찮은데 ‘타격이 아쉽다는 말, 이학주의 재능으로는 억울한 평가였다. 부상의 정신적 후유증을 이겨내고 문제를 극복한 이학주가 메이저리그 도전 8년째인 이번 시즌에서만큼은 꼭 자신의 꿈에 한발 더 다가가기를 믿고 기다려본다.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다. 노력하는 사람에게 기회는 온다. 그리고 준비된 사람만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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