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서 임대 수익 올릴까’ 이젠 현실로

베트남 부동산이 한국인 등 외국인들에게 유망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베트남은 공산주의 국가라 외국인의 부동산 소유와 투자를 제한해왔으나 지난해 7월 주택법 개정으로 투자 자격조건을 완화해서다. 또 지금까지는 외국인이 부동산을 구입해도 거주만 가능하고 임대는 불가능했지만 임대도 허용하기로 법을 바꾸면서 아파트를 매입해 월세로 돌려 임대수익을 올리려는 외국인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1일 베트남 부동산 현지업계에 따르면 최근 베트남 주택을 구입하려는 외국인들이 부쩍 증가하면서 베트남 부동산시장이 들썩거리고 있다. 거주목적으로 부동산을 찾는 실수요자도 있지만 주로 임대 목적 등으로 주택 여러 채를 구입하려는 외국인 투자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베트남 하동 신도시에 현대건설이 시행·시공을 모두 맡아 해외에서 처음으로 ‘힐스테이트 브랜드로 공급한 ‘하동 힐스테이트는 아파트 전체 분양물량(928가구) 중 20%가량을 한국인이 구입했다.
지난달 10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 시내에서 차량으로 40여분 가량 달려 도착한 이곳은 강남 아파트를 연상케 하는 31층 고층 아파트가 세련된 외양을 뽐내고 있었다. 아파트 5개동과 빌라, 상가 등 총 1000여 가구로 구성된 대단지다. 2010년과 2011년 진행된 1·2차 빌라 물량은 높은 경쟁률로 완판됐고 아파트 물량도 거의 팔렸다. 베트남에 주재원으로 나온 한국인 등 실거주 수요에 베트남 주택법 개정에 따른 외국인들의 투자수요까지 몰린 결과다. 주로 타워형으로 지어지는 베트남 아파트와 달리 맞통풍 구조에 판상형으로 지어진 데다 실내 골프연습장, 휘트니스센터 등 다양한 커뮤니티시설까지 갖춘 고급 단지라 한 번에 빌라 7채를 현금으로 구입한 베트남 부자도 있었다. 아파트 분양가는 전용면적 1㎡ 당 평균 1300달러로 전용 3.3㎡ 당 평균 500만원이었다.
법 개정 전 법인이 아닌 외국인 개인이 베트남 부동산을 구입하려면 1년 이상 거주 가능한 적법한 비자로 노동허가를 받고 입국한 사람이어야만 했다. 베트남에서 합법적으로 직업을 갖고 장기간 일하는 사람만 부동산 구입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때문에 베트남 현지인 명의를 빌려 부동산을 구입하는 간접방식이 성행했다. 이 과정에서 사기를 당하거나 명의자로부터 투자수익금이나 부동산을 떼이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베트남 사회 분위기가 외국인에게 닫혀 있던 부동산 시장을 열어주자는 방향으로 바뀌면서 지난해 7월 베트남 정부는 주택법을 개정했다. 자격조건도 베트남에서 노동활동을 하는 외국인에서 정식으로 입국이 허가된 사람으로 완화했다. 베트남에 유학비자나 중·단기 여행비자로 입국해 1년 미만 거주하면서 노동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도 부동산 구입이 가능해진 셈이다. 남편을 따라 베트남에 들어온 평범한 가정주부 명의로도 베트남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비자기간에 관한 가이드라인은 명확하게 정해지진 않았다. 즉 1개월짜리 단기비자로 입국한 사람도 부동산 구입이 가능한지, 최소 3개월 이상 체류가능한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는지 등에 관한 규정이 불명확하다. 또 세부 시행규칙이 정해지지 않아서 외국인이 구입한 주택을 임대하는 것은 아직 불가능해 정확한 투자수익률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베트남 현지 사정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은 베트남에서 아파트를 구입해 세놓을 경우 평균 임대수익률이 5% 중반~6%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베트남에서 주택사업을 하는 현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이르면 상반기 내 주택법 개정 시행규칙을 제정해 비자기간 등을 명확히 정할 방침이다.
외국인의 부동산 소유기간이 50년으로 한정되는 점도 명심해야 할 사항이다. 50년이 지난 뒤 절차 등을 거쳐 연장이 가능하지만 다시 50년 이후 베트남 정부가 소유권을 인정해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외국인에 대한 베트남 부동산 투자규제가 완화되면서 국내 건설사들도 베트남 주택시장 공략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서덕열 현대건설 하노이 힐스테이트 법인장은 베트남에 아파트를 여러 채 구입해 임대를 주려는 한국인 등 외국인들이 많아 현대건설은 베트남 주택시장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추가로 주택공급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대주택 전문기업으로 유명한 부영도 하노이 하동시에 대지면적 4만3127㎡ 규모로 3482가구의 아파트를 짓고 있다. 시행까지 맡은 자체사업이다. 부영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활발하게 사업을 추진 중이며 베트남 주택시장 상황을 주시해 분양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트남 주택법에 따르면 한국과 달리 베트남은 같은 단지여도 분양을 여러 차례 나눠 진행하는 게 가능하다. 분양가격도 분양시기에 따라 인상하거나 낮출 수도 있다.
[하노이·하동(베트남) = 신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