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아르헨티나, 채무상환안 통과…국제금융시장 15년만에 ‘컴백’
입력 2016-04-01 15:34 

아르헨티나가 지난달 해외채권단과 맺은 채무상환 합의안이 하원에 이어 상원 문턱을 넘었다.
이로써 지난 2001년 디폴트 굴레에서 오랫동안 헤어나지 못하면서 국제무대에서 왕따 취급을 받았던 아르헨티나가 국제금융시장에 15년만에 공식 복귀할수 있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상원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정부가 제출한 채무상환 안건을 13시간에 걸친 마라톤 토론 끝에 찬성 54, 반대 16으로 통과시켰다. 작년말 취임한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 마우리시오 마크리(사진)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 우파 행정부는 상원의 결정을 즉각 환영했다. 알폰소 프라트 가이 재무장관은 2001년 채무불이행(디폴트)의 어두운 흔적을 일소할 수 있는 확실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재정 불안을 경감할 수 있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의회도 모처럼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줘 국제금융시장을 안도시켰다. 마크리 대통령이 여당 대통령을 누르고 승리했지만 여전히 의회는 좌파 페론주의 야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임 키르치네르 정부 아래서 페론주의를 지지해온 야당 의원 상당수가 이번 합의안에 찬성했다는 점에서 국론분열 불안감이 어느정도 불식됐다는 진단이다. 좌파 의원들이 합의안을 지지한 것은 엉망진창인 아르헨티나 경제상황을 좌시할 수 없다는 절박함때문이다. 아르헨티나 기업과 지방자치단체들은 디폴트이후 국제금융시장 참여 길이 막히면서 지속적인 자금경색을 겪어 왔다. 돈을 빌리더라도 다른 남미 국가의 2배에 달하는 9~10% 금리를 떠안아야돼 금융비용 부담이 컸다. 합의안 통과로 마크리 정부는 해외투자자들의 신뢰도 얻을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시장은 채무 합의를 이끌어낸 마크리 정부의 성과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르헨티나 대표 주가지수인 머벌 지수는 올들어 지금까지 10% 넘게 상승했다.
아르헨티나가 새로 발행할 국채에 대한 시장의 기대도 크다. 전세계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 마땅한 투자대상을 찾지 못하던 투자자들에게 대량의 고금리 국채에 투자할 기회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합의안이 상·하원을 모두 통과하면서 아르헨티나는 120억달러 규모의 달러화 표시 국채를 신규 발행할 수 있게 됐다. 이중 46억5000만달러는 지난달초 채무상환안에 합의한 채권단에 채무상환 대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2001년 디폴트후 아르헨티나는 두 차례에 걸쳐 채권단 대부분과 원금 75%을 탕감받는 채무 조정에 합의했다. 하지만 엘리엇매니지먼트를 비롯한 일부 헤지펀드들이 당초 약속한 원리금을 100% 지급해야 한다며 채무 조정을 거부해 왔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뉴욕주 법원이 아르헨티나 국채에 투자한 주요 채권단과 원리금 상환비율을 놓고 벌이고 있는 분쟁을 마무리짓기 전까지 어떠한 채무상환도 하지 못하도록 판결, 아르헨티나를 디폴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에 전임 키르치네르 정부는 헤지펀드들을 ‘벌처 펀드라고 비난하면서 대화를 거부, 지난 2014년 2차 디폴트 상황에 처한 바 있다.
[문호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