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한중 관계, 안정·불안 `양면성` 동시에 드러나…갈등불씨 남았다
입력 2016-04-01 14:41  | 수정 2016-04-02 15:08

6개월만에 전격 성사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간 정상회담은 ‘희망과 ‘불안의 양 측면을 모두 드러낸 만남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으론 시 주석이 전면적이면서도 완전한 대북제재 이행을 강조함에 따라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다소 미묘해졌던 양국 관계가 다시 한번 역대최고의 협력동반자 관계로 진입할 수 있는, 중대한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THAAD) 문제와 대북 대화 병행 문제를 놓고 두 정상이 온도차를 나타냄으로써 언제든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사그러들지 않았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워싱턴 옴니쇼어햄 호텔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은 당초 1시간 동안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양 정상간 대화가 길어지면서 예정시간을 20분이나 초과했다. 그만큼 반년만에 만난 두 정상이 긴밀하게 할 얘기가 많았다는 의미다.
북한 핵·미사일 도발 이후 소원해졌던 양국 관계를 의식한듯,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서로에게 친밀감을 드러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먼저 모두발언을 한 시 주석은 중한 자유무역협정(FTA)이 공식적으로 발효되는 등 양국 발전전략 협력이 효과적으로 이행되고 있다”고 운을 뗀뒤 양국 교류협력을 열거했다. 시 주석은 양국 인적 왕래는 1000만명 시대에 접어든 이후 계속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고, 우리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 팬더 공동 연구사업이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이어 1년 계획은 봄에 달려있는데 우리의 이번 회동이 마침 이른 봄 3월에 성사됐다”며 양국 관계가 건강하고 순조로운 발전을 추구할 것을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도 덕담으로 모두발언을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한중 정상회담이 7번째 회담이고, 내가 취임한 이후 가장 많이 만난 정상이 시 주석”이라며 그것은 그만큼 한중관계가 밀접하고 중요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북핵 문제에) 중국이 책임있는 역할을 해주고 있는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담에서도 양 정상은 양국 관계를 중시하고 지속 발전시켜 나가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중국 외교담당국무위원간 외교안보 고위전략대화 등 4대 전략대화를 보다 적극화하는 것은 물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한 성장동력 창출, 제3국 문화산업 시장 공동 진출 등 전방위적인 실질 협력을 강화해 나가자고 합의한 것이다.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브리핑에서 북한 도발 이후 처음 개최된 이날 회담은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더욱 확대·발전시켜 가는 의미있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중 정상이 지속적인 국제사회 대북공조에 공감을 표했다는 점에서 좋은 결과라고 본다”며 특히 북핵 도발 이후 중국의 책임있는 자세를 압박해 온 박 대통령이 이번엔 안보리 결의 도출 과정에서 많은 역할을 해준 중국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했다는게 주목된다”고 밝혔다. 중국의 체면을 살려주면서 대북제재 이행 약속을 받아냄으로써 한중 관계가 복원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대북제재 국면에서 벗어나는 출구전략과 사드 문제 등을 놓고 언제든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은 농후하다. 실제로 이날 회담에서 시 주석은 박 대통령에게 사드배치 반대 입장을 분명히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대화·협상은 북핵문제 해결의 유일한 출구이며, 6자회담 재개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의 추가 도발 여부는 향후 한중 관계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북한은 최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직접 나서 핵과 미사일 기술을 과시하면서 한·미에 대한 핵타격 위협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의 7차 당대회(5월)를 계기로 중국이 북한에 고위급 인사를 파견하는 등 당 대 당 외교 복원을 시도할 수도 있다. 이로 인해 만일 북한이 입장을 바꿔 대화에 응할 경우 ‘핵포기 없는 대화 재개에 반대하는 한국과 대화를 강조하는 중국 입장이 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북한이 지속적으로 핵무력을 과시하며 ‘나홀로 행보를 지속하거나 핵·미사일 실험을 강행한다면, 대화재개 등 출구전략을 모색할 여지가 좁아지면서 대북제재 기조가 계속될 수 있는 만큼 대화를 둘러싼 한중간 이견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내려앉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북한의 추가도발로 한반도 사드배치 논의가 탄력을 얻을 수 있는 만큼, 한중 관계에 또다시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
[워싱턴 DC = 남기현 기자 / 베이징 = 박만원 기자 / 서울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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