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200만명 넘게 응시하는 국내 최대 영어시험인 토익(TOEIC)이 오는 5월 새로운 유형의 문제를 반영한 시험 시행을 앞두고 응시료를 인상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국내 토익 응시료는 30% 가량 오른 반면 일본은 꾸준히 내려 한국만 ‘봉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내년 7급 시험을 시작으로 9급 공무원 영어시험이 토익으로 대체될 예정이어서 영어시험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토익의 폐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YBM한국토익위원회는 지난 21일 응시료를 기존 4만2000원에서 4만4500원으로 6%(2500원)가량 올린다고 밝혔다. 5월 29일 시행되는 신토익 원서접수 개시일(3월 28일)을 불과 일주일 남겨둔 상황에서 홈페이지를 통해 인상내용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이다.
YBM한국토익위원회는 응시료 인상 안내문을 통해 현행 응시료는 2012년 1월 조정된 후 4년간 동일하게 적용돼 왔으나 물가상승과 시험시행 관련 제반비용의 증가로 부득이하게 인상됐다”고 설명했다.
2000년 2만8000원이었던 국내 토익시험 응시료는 2006년 일부 변경 직후 3만4000원으로 오른 이후 한두해에 2000원~3000원씩 꾸준히 올랐다. 연간 응시자수가 200만명을 넘어선 2010년이후로는 2012년에 한차례 인상하며 지금 수준(4만2000원)이 됐다. 네티즌들은 응시료 인상을 비판했다. 지금 토익 시험도 쉽지는 않은데, 새로운 유형으로 바꾸면서 응시료를 더 올리려는 YBM의 장사꾼적인 행태에 분개한다”,토익 점수 반영을 법으로 금지하라” 등 의견을 제시했다. 신동일 중앙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시험유형 등이 변경됐다고는 하지만 읽기(RC)와 듣기(LC) 중심의 문제형태에 큰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응시료를 올린 이유가 불분명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전세계에서 한국 다음으로 토익 응시자가 많고 한국과 같이 5월에 신토익을 시행하는 일본은 응시료를 인상하지 않아 대조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최근에 오히려 응시료가 내리는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기업 일본지사 관계자는 2010년 이전만 하더라도 일본 토익 응시료는 6000엔을 넘었는데 꾸준히 인하해 지금 수준(5725엔)이 됐다”며 토익을 최초로 도입한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 응시료를 올리고 있다는 점은 ETS이든 YBM이든 한국 응시자를 ‘봉으로 보고있다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YBM측은 토익 응시료는 시행 국가별 상황에 따라 조정되고 있어 인상시점은 국가마다 상이할 수 있다”면서 주요 토익 시행국가 중 한국의 응시료가 가장 저렴한 편에 속한다”고 해명했다.
정부는 내년 7급 공무원 영어시험을 토익으로 대체하는 데 이어 2018년에는 9급 시험에 확대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어 토익 쏠림현상이 커질 전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내년과 내후년에 각각 7급과 9급 공무원 영어시험이 토익으로 대체되면 토익 응시자수는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2018학년도 대입 수능 영어시험이 절대평가로 전환되면서 변별력이 떨어지면 대입 수능영어시장에서도 토익 등 외부시험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여 사실상 토익이 모든 국내 영어평가시장을 싹쓸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학생 등 취업준비생을 중심 토익 응시자수 200여만명에 10대에서 50대까지 전세대에 걸쳐있는 공무원시험 응시자 20여만명, 수능 응시자 60여만명을 더하면 연간 300만명이 토익을 응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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