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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니맨이었지만 행복했던 투수 제이미 라이트
입력 2016-03-30 06:23  | 수정 2016-03-30 10:44
29일(한국시간) 은퇴 의사를 밝힌 제이미 라이트가 취재진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美 글렌데일)= 김재호 특파원
[매경닷컴 MK스포츠(美 글렌데일) 김재호 특파원] 2014년 5월, LA다저스가 마이애미 원정을 갔을 때다. 하루는 다저스가 9회 끝내기 2루타를 맞고 패했다. 당시 우익수였던 야시엘 푸이그가 타구를 잡기 위해 펜스에 몸을 날렸지만 부딪히면서 공을 잡지 못했고, 2루타를 허용했다.
경기 후 클럽하우스를 찾은 취재진의 관심은 당연히 푸이그에게 쏠렸다. 푸이그는 자신의 라커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었고, 기자들이 그에게 다가갔지만 한 선수가 취재진을 막아섰다. '푸이그는 오늘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한다'며 기자들을 돌려보낸 주인공은 바로 제이미 라이트(41)였다.
그 해는 라이트가 마지막으로 메이저리그에 머문 시즌이었다. 당시 라이트는 불펜에서 가장 궂은 역할인 롱 릴리버를 맡았다. 시즌 막판 로테이션에 구멍이 생겨 불펜 게임을 했을 때는 1회 선발투수를 맡기도 했다.
2년 뒤 라이트는 초청선수 신분으로 다저스 캠프를 다시 찾았지만 개막 로스터 진입에 실패했고, 결국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라이트는 1993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28순위로 콜로라도 로키스에 지명을 받아 1996년 같은 팀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올스타에 뽑힌 경력도 없고, 수상 경력도 없다. 팀도 여러 번 옮겨다녔다. 콜로라도(1996-1999, 2004-2005), 밀워키(2000-2002), 세인트루이스(2002), 캔자스시티(2003, 2009), 샌프란시스코(2006), 텍사스(2007-2008), 클리블랜드(2010), 시애틀(2010-2011), 다저스(2012, 2014), 탬파베이(2013)에서 뛰었다.
통산 719경기(선발 248경기)에 등판, 2036 2/3이닝을 던지며 97승 130패 평균자책점 4.81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선발 200경기, 불펜 400경기 이상 동시에 소화한 10명 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 은퇴를 선언한 지난 29일(한국시간)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10개의 다른 팀을 옮겨다니며 좋았던 것은 다른 누구보다 많은 친구들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가장 큰 성과"라며 저니맨의 삶이었지만, 그래도 행복했다고 말했다.
제이미 라이트는 메이저리그에서 선발로 200경기, 불펜으로 400경기를 넘긴 10명의 투수 중 한 명이다. 사진= 김재호 특파원
"집까지 걸어가며 지난 선수 생활을 되돌아봐야 할 거 같다"며 농담을 던진 그는 "나는 야구를 정말 사랑한다. 5만 관중 앞에서 공을 던지는 것은 정말 행복했다"며 야구선수로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라이트는 이번 캠프에서도 젊은 선수들에게 멘토의 역할을 했다. '가장 어려운 것은 빅리그에 계속해서 머무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기회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선수들에게 좋은 메시지를 전해줬다"며 베테랑의 역할을 다해준 그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라이트는 가족들과 함께하며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그 다음은 아직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야구학 박사'다. 야구를 정말 사랑한다"며 지도자로서 복귀 가능성을 열어뒀다. 야구를 할 수 있어 행복했던 그는 '제2의 인생'도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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