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속빈강정` 채권혼합 펀드
입력 2016-03-28 17:43  | 수정 2016-03-28 20:06
'금리+α' 마케팅으로 지난해에만 5조8000억원의 시중 자금을 빨아들인 채권혼합형 펀드가 계속되는 수익률 부진으로 최근엔 자금이탈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펀드 운용자산의 60~80%를 국공채 등 안전자산에, 나머지를 주식에 투자해 안전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저금리 시대 투자 대안으로 각광 받았으나 1년 수익률이 1%에도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국내 설정된 315개 채권혼합형 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은 0.72%에 그쳤다. 안전성 중심의 국공채 펀드(국채·통안채·은행채에 자산의 95% 이상 투자)보다 성과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은행 금리만도 못한 성적이다. 특히 수익률이 저조한 펀드 중에는 주식투자 비중이 높은 상품이 많았다. 최근 1년 수익률이 손실 구간에 있는 50개 중 45개 펀드는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이 30% 이상이다. 국공채 비중이 60% 이하인 KTB자산운용의 'KTB퇴직연금40'과 'KTB에버스타'는 1년 수익률이 각각 -4.24%와 -3.38%로 채권혼합형 펀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단일 채권혼합형 중 규모가 최상위권인 'KB가치배당40(설정액 1조4300억원)'은 -0.30%에 불과하며 '한국밸류10년투자(8370억원)'도 0.01%로 체면을 구겼다. 주식시장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침체되면서 주식투자로 초과 수익을 낸다는 전략이 독이 된 셈이다. 기대 이하의 성적표에 2년여간 지속됐던 자금 유입세도 시들해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채권혼합형 펀드 잔액은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23개월 연속 증가했으나 지난해 12월 1780억원이 순유출된 데 이어 이달 1300억원이 빠져나갔다. 올해 들어선 760억원 순유입에 그쳐 지난해 1분기(8000억원)와 대비된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자산의 대부분을 국공채에 투자해도 주식투자가 혼합된 상품이므로 언제나 예금 수준의 안전성과 플러스 알파 수익을 보장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채권혼합형 펀드를 선택할 때에는 주식 자산의 비중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동부바이오헬스케어' '미래에셋퇴직연금성장유망중소형' 등은 연 8%대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지만 주식투자 비중이 높고 투자자산이 고위험군에 속해 기간별 수익률이 들쭉날쭉할 수 있다.
반면 기대수익률이 시중은행 수준이고, 안전을 우선시한다면 채권 비중이 높은 채권혼합형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이용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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