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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례, 상생의 역설> 대형마트 하나 내려면 슈퍼조합 찾아와 "발전기금 내시죠"
입력 2016-03-28 16:24 

새 지점을 하나 내려고 하면 슈퍼조합이 찾아와 대놓고 발전기금 명목으로 1억원을 요구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업형슈퍼마켓 관계자는 이같이 고충을 털어놨다. 다수 조합들이 ‘자기들이 사업조정을 풀어주지 않으면 개점 안 되지 않느냐면서 돈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대형슈퍼 입점을 놓고 ‘알박기를 하는 일부 지역 슈퍼조합에 대형유통체인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사업조정 과정에서 다수 지역 슈퍼 조합이 기업형슈퍼마켓 측으로부터 통상 3000만~5000만원, 업체에 따라서는 최대 1억원에 이르는 발전기금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임대료가 높은 신도시에 면적 500㎡의 매장을 조성하는 데 초기투자비용이 최대 20억원까지 들어간다”면서 이 정도 규모 매장의 하루 매출은 1000만원이지만 영업이익은 30만원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신규점포를 위해 지역 슈퍼조합에 지급하는 발전기금은 3~9개월치 영업이익에 달하는 셈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발전기금은 지역 상권의 지속적인 상생을 보장할 수 없는만큼 금전 거래보다는 영업에 일정 제한을 거는 식의 협의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슈퍼조합이 거액의 발전기금을 요구하지만, 정작 지역상인 의견을 외면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대형슈퍼 입점지 인근에 조합원이 하나도 없는 슈퍼조합이 지역 상인들을 대신해 대형유통체인과 협의를 벌이다 문제가 발생했다. 이마트에브리데이는 지난해 8월 세종시 도담동에 신규점포를 개장하려 했지만 이 지역 슈퍼조합이 반대하고 나섰다. 조합은 당시 조합원이 6개에 불과하고 신규점포 반경 500m에는 조합원 점포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조합은 이 지역 슈퍼마켓 4곳 중 2곳의 동의를 받아 사업조정을 신청했다.
그러나 슈퍼조합은 지역 슈퍼마켓 업주들의 요구사항은 반영하지 않고 기업측에 과도한 발전기금을 요구하는 등 조합 이익 챙기기에 바빴다. 조합은 3회에 걸친 자율조정협의에도 두 차례나 불참했다. 참다못한 이 지역 소상공인 6곳이 민원을 넣기도 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당시 조합측에 수차례 지역 상인 의견을 반영하라고 권고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시 차원에서 강제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세종시는 자율조정심의회를 열어 해당 지역 슈퍼마켓 업주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권고안을 제시했다. 권고안에는 3만원 이하 배달제한, 전단홍보 행사 월2회로 제한 등 지역상인과 대형유통업체 상생을 위한 내용이 담겼다. 권고조정이 통지됨에 따라 이마트에브리데이 도담점은 지난해 12월 개장했지만 수천만원 대의 손실을 입었다. 이마트에브리관계자는 회사는 도담점 입점을 위해 상가 주인에게 30억대 후반의 전세금을 납부한 상태였다”면서 4개월 간 영업하지 못한 데 대한 이자비용과 영업손실을 감안하면 입점 지연으로 5000만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말했다.
한편 슈퍼조합이 지역 상인들을 대변하지 못해도 제재할 근거가 없어 문제가 제기된다. 현재 상생법상 사업조정 신청 자격은 지역 상인조합에게 있고, 해당 지역에 조합이 없을 경우에만 지역 상인들이 일정 절차를 거쳐 신청할 수 있다. 또 지역이 사업조정을 진행할 경우 해당 지역 상인이라더라도 조합 승인 없이 대기업과 협의 과정에 참여할 수 없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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