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총에서 소액 주주들은 배당에 웃었고, 보유 주식가치 희석 가능성에 울었다.
28일 국민연금 의결권 자문기구인 서스틴베스트가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 304개 주요 기업의 배당 안건을 분석한 결과 배당을 실시한 244개 기업의 시가배당률(배당액/주가)은 평균 1.5%로 3년만기 국고채 금리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보다 주당 배당금을 늘린 기업은 52%인 126개사였고, 배당금은 평균 500원 정도 증가했다.
시가배당률이 높아진 기업은 분석 대상기업의 43%인 131개였다. 이들 기업의 시가배당률은 평균적으로 전년 대비 0.75%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한국전력(6.2%), 지역난방공사( 5.9%) 등 공기업들이 시가배당률이 높았다. 지난해 배당을 하지 않았던 골프존은 올해 주당 4000원을 배당해 시가배당률이 4.5%에 달했다.
배당확대로 주주들의 이익이 늘어났지만 일부 기업에서는 정관변경을 통해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주식 발행을 가능하게 하고,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한도를 대폭 늘리는 등 기존 주주들의 주식가치 희석 우려가 높아졌다. 주식수가 늘어나면 주당 순이익이 줄어들어 배당이 감소할 수 있으며 주주들이 가지고 있던 의결권 역시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박세원 서스틴베스트 연구원은 정관상 주주가 아닌 회사가 전환주식의 보통주 전환을 청구할 수 있는데 ‘회사의 경영상 필요 같은 포괄적 사유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라며 필요한 시기 보통주로 전환시켜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광주은행 노루홀딩스 연우 코스맥스 코스맥스비티아이 한화 한화케미칼 한화테크윈 등이 올해 주총을 통해 다양한 전환주식을 발행할 수 있는 길을 터 놓았다.
CB나 BW의 발행한도를 확 늘린 회사들도 있었다. 제로투세븐은 CB, BW 발행한도롤 15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늘리고 대표이사가 발행 여부를 결정하는 안을 주총에서 통과시켰다. 코스맥스도 1000억원이던 CB,BW의 발행한도롤 4000억원으로 3배 늘리면서 대표이사에 결정을 위임했다. 이밖에 유상증자 때 종류주식에 보통주식을 배정하는 안도 주주가치를 침해할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통과됐다. 의결권이 없는 종류주식에 보통주를 배정하면 보통주를 가지고 있는 기존 주주의 가치가 희석된다.
이날 주총에서도 주주권익 침해 논란은 여전했다. 이엠텍은 소액주주이 사내이사 선임 요구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이사 수를 줄이는 정관변경안을 상정해 통과시켰고, 제주항공은 주총 승인 사항인 재무제표 등을 이사회 승인 사항으로 변경하는 정관변경안을 통과시켰다.
한편 토니모리는 이날 주총에서 올해 26세에 불과한 배해동 회장의 장녀 배진형씨를 등기이사에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배 씨는 1990년 생으로 뉴욕대를 졸업하고 지난해 9월 토니모리에 사원으로 입사해 해외사업부에서 일하며 경영수업을 받았다. 입사 6개월만에 신입사원에서 이사회 일원으로 초고속 승진한 셈이다. 내츄럴엔도텍과 코데즈컴바인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며 시장을 뒤흔들었던 기업들도 이날 주총을 열었다. 내츄럴엔도텍은 지난해 영업손실 109억원, 당기순손실 156억원의 실적이 담긴 재무제표를 의결했다. 코데즈컴바인은 대표이사 퇴직금 축소와 감사 임기 단축 등 안건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노현 기자 /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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