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합작수산회사를 만들어 명태를 수입하면 관세를 전액 감면해주는 제도를 악용해 유령회사를 만든 뒤 10년간 100억여원을 탈세한 수산업체 대표가 적발됐다.
부산본부세관은 관세법상 부정 감면 혐의로 수산업체 대표 정모 씨(57)를 검거했다고 28일 밝혔다.
정씨는 한·러 합작수산물 유령회사를 만들어 2006년부터 10년간 모두 33차례에 걸쳐 러시아산 냉동명태 2만5000t(시가 620억원)을 국내로 들여오며 관세 108억원을 부정 감면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01년부터 러시아 현지 회사와 합작 수산회사를 만든 뒤 러시아산 명태를 수입하면 22%의 관세를 감면해주는 한·러 합작수산물 감면 제도를 시행해왔다.
이는 러시아 근해에서 우리 어선이 잡을 수 있는 명태 쿼터량이 1년에 2만t으로 한정된 상황에서 연간 국내 명태 소비량이 20여만t에 달하자 명태 수급을 쉽게 하기 위해서였다.
부산에서 러시아 선박 대리점을 운영해 러시아 현지 사정을 잘 알던 정씨는 22%나 되는 관세만 빼돌려도 큰 돈을 챙길 수 있겠다는 생각에 가짜 한·러 합작 수산회사를 만들기로 했다.
러시아의 한 수산회사 등기부 등본을 입수한 정씨는 지분 50%를 투자한 것처럼 서류를 위조해 가짜 한·러 합작회사를 만들었다.
정씨는 실제로는 러시아 현지에서 잡힌 명태를 사서 수입했지만, 합작회사가 잡은 명태를 국내로 들여오는 것처럼 무역 관련 서류를 위조한 뒤 해양수산부에 제출해 10년간 100억원이 넘는 관세를 빼돌렸다.
해양수산부는 2010년 12월 한·러 합작수산회사 12곳의 전수조사에 나섰지만 정씨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현지인을 매수하고 사무실을 급조해 합작회사를 운영하는 것처럼 꾸며 간신히 적발 위기를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본부세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한·러 합작수산물 감면 제도의 근간을 뒤흔들어 성실하게 조업하는 원양업체의 사기를 저하시켰다”며 비슷한 악용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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