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청춘들, 한복과 사랑에 빠지다
입력 2016-03-28 11:35  | 수정 2016-03-30 12:08

1호선, 3호선 그리고 5호선이 교차하는 ‘종로 3가역 어두운 색 계열의 두터운 겨울 잠바를 걸친 수많은 인파들 사이로 형형색색의 한복을 입은 학생들이 스쳐 지나간다.
10~20대의 젊은 청춘들이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한복과 사랑에 빠졌다. 요즘 거리를 다니다 보면 한복에 빠진 10~20대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도심 고궁, 인사동은 물론 지하철역, 삼청동, 광화문까지 한복을 입고서 거리 곳곳을 누비고 있다.
◆ 한복, 트렌드가 되다
과거 명절에도 잘 갖춰 입지 않던 한복이 하나의 패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작년부터 시작된 유행은 해를 넘겨 4월을 목전에 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젊은 세대들에게 한복은 의복의 개념을 넘어서 하나의 ‘패션으로 자리 잡고 있는 중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와 함께 한복을 검색하면 36만 건이 넘는 사진이 뜬다. ‘한복스타그램(한복+인스타그램)이라는 단어도 등장한다. 동영상 플랫폼 유투브에선 한복에 잘 어울리는 메이크업 영상이 조회수 20만 건을 넘어섰다.

◆ 함께 입어요
한복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된 데엔 한복의 아름다움을 사람들에게 알린 이들의 힘이 컸다.
- 한복놀이단
한복놀이단은 2011년 한복의 장점을 알리며 즐기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단체다. 한복이 좋아 한복놀이단을 시작한 이들은 한복을 입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물론 술집, 놀이공원을 누비고 네팔 안나푸르나 트래킹까지 다녀왔다.
지금은 전국 초등학교를 돌며 한복을 아이들에게 알리는 교육을 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3명에서 시작한 한복 놀이단은 현재 4000여 명이 넘는 회원이 가입돼 있다.
- 한복여행가
한복여행가 권미루 씨는 한복을 입고 여행하는 문화를 만든 주인공이다. 그동안 한복의 이미지는 ‘불편하다, 입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등과 같이 다가가기 어려운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인식돼 왔다.
권미루 씨는 이런 편견을 깨고 싶어 지난 2014년부터 한복을 입고 이탈리아·몽골·스페인 등 세계 곳곳을 여행하기 시작했다. 여행을 하며 찍은 사진은 인스타그램에 꾸준히 올리고 있다.
권미루 씨는 한복이 불편하고 촌스럽다는 편견을 없애고, 한복도 충분히 일상복이나 여행복으로 손색이 없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 한복의 세계화
지난해 8월 서울 DDP에서 열린 샤넬 크루즈 패션쇼에선 한복이 화제였다. 유명 패션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만의 시각으로 재해석 된 한복은 전 세계 패션계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미국 ‘보그닷컴은 한국만의 전통 기법이라는 리넨 콜라주 패치 워크(조각보)는 놀라울 만큼 미니멀 하고 모던해보였다”고 말했고, 미국 ‘스타일닷컴에선 한국 전통 의상은 외국 디자이너들에게 신선한 영감을 줬다”고 보도했다.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한 패션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의 세계 투어 전시에선 한복을 재해석한 작품이 등장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다.
이에 발맞춰 지난 15일엔 한복의 아름다움을 알릴 한복 홍보대사 겸 외교사절단이 탄생했다. 이들은 주한 외교사절이나 방한하는 사절단에게 한복을 제작해 선물하는 등 민간외교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과연 한복이 젊은 층을 넘어 새로운 전성기를 맞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는다. 중국과 일본에선 전통의상인 치파오와 유카타를 평소에도 입곤 한다”며 한복 역시 젊은 층의 인기에 힘입어 진화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또 한복의 간소화로 한복 수학여행, 한복 놀이단체와 같은 다양한 활동과 단체가 등장한다면 하나의 대중문화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김지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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