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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의 진짜타자] 안타까운 사구, ‘이용규 답게’ 돌아오길
입력 2016-03-28 06:02 
시범경기서 타격 페이스를 끌어올리는데 애를 먹고 있던 이용규가 25일 사구를 맞았다. 개막전 출전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스윙의 타이밍을 차근하게 점검해야 할 숙제가 생겼다. 사진=MK스포츠 DB
개막을 코앞에 두고 한화 이용규(31)가 안타깝게 사구를 맞았다. 지난 25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kt와의 시범경기에서 7회 kt 김사율의 2구째를 왼 손목에 맞고 한화 벤치와 팬들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했다.
올 시즌 우승을 다툴만한 전력으로 꼽히는 한화에서 ‘국가대표 테이블세터 이용규는 경험과 기세의 중심을 잡아줄 타자다. 천만다행으로 단순 타박상으로 밝혀져 곧 몸을 추스르고 돌아올 수 있지만, 이용규의 개막전 출전이 불투명해진 것은 애가 타는 일이다.
사실 시범경기 페이스가 썩 좋지는 못했다. 타율 2할을 넘기지 못하고 예열을 마쳤으니. 이용규의 시범경기 타격을 지켜보면서 아쉬웠던 이유는 의욕이 넘쳐서 자꾸 조바심을 내는듯한 모습 때문이었다.
이상적인 스윙의 기본은 배트를 쥔 뒷팔(왼손타자 이용규의 왼팔)을 최대한 몸통에 붙이고 회전하는 것이다. 즉 배트의 그립 쪽은 짧고 작은 원을 그려내야 한다. 그러나 배트의 끝부분(헤드 쪽)은 큰 원을 그려야 충분한 원심력을 만들어내면서 타구에 힘을 실어낼 수 있다. 스윙의 ‘채찍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방법이다.
이용규는 시범경기 초반 스윙의 타이밍이 잘 맞지 않았다. 사실 스윙의 타이밍이 맞지 않는 경우 중에는 준비동작 구간에서 타자의 몸통회전 타이밍과 투수의 투구동작 타이밍이 맞지 않는 경우가 가장 많다. 시작점부터 스윙의 흐름과 타이밍을 섬세하게 점검해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그러나 타자들은 (스윙 타이밍이 잘 맞지 않을 때) 이를 단순히 ‘배트가 늦어서 라고 오진하는 케이스가 종종 있다. 그래서 배트를 빨리 돌려야 한다는 의욕에만 집착하다 보면, 배트의 헤드로 큰 원을 그리지 못한 채 자꾸 스윙이 급해지고 만다. 이는 타구에 충분한 힘이 실리기 어려운 상황으로 꼬여가게 되고 빗맞힌 타구가 많이 나오는 ‘편타 현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용규의 이번 시범경기 타격에서는 이런 악순환이 엿보였던 것 같다. 정상적인 페이스에서 레프트 쪽으로 경쾌한 타구를 잘 날려 보내는 이용규지만, 시범경기 내내 우익수 쪽으로 타구 방향이 편중돼 있었다. 타격 타이밍이 잘 맞지 않았다는 얘기인데 팀과 그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천천히 스윙을 점검할 여유 대신 빨리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싶은 욕심이 앞섰을지도 모르겠다.
25일의 사구 장면이 특히 안타까웠던 이유는 이용규가 좋은 페이스여서 정상적인 그의 스윙 타이밍을 갖고 있었다면 피할 수도 있어 보였던 몸쪽 공이었기 때문이다. 스트라이드부터 몸통회전, 스윙까지 물 흐르듯 효과적으로 이어지는 최적의 스윙은 스윙을 잘 멈출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스윙 타이밍이 무너져 있던 이용규는 그 공을 피하지 못했다.
베테랑 이용규는 좋은 스윙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는 타자다. 혹시 한 박자 쉬면서 조금 늦게 시즌을 출발하게 되더라도 차근하게 스스로를 점검한 뒤 자기 스윙을 되찾아 돌아올 때는 더욱 강하고 날카로운 타격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믿어본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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