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양철호-한유미의 눈물, 그들을 울린 두 사람
입력 2016-03-22 06:01 
양철호 현대건설 감독과 한유미가 우승 후 눈시울을 붉혔다. 그들이 떠올린 두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수원)=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수원) 김근한 기자] 5년 만에 달성한 ‘V2의 순간. 현대건설 선수단은 폭죽과 함께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그 와중에도 유독 눈에 들어온 두 사람의 눈물이 있었다. 바로 양철호 현대건설 감독과 한유미의 눈물. 정상의 순간 그들이 떠오린 두 사람은 바로 어머니와 고(故) 황현주 전 감독이었다.
현대건설은 지난 21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16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 3차전 IBK기업은행과의 홈경기서 세트 스코어 3-0(25-22 25-20 25-18)으로 승리했다. 시리즈 전적 3승을 기록한 현대건설은 지난 2010-11시즌 이후 5년 만에 정상의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 챔피언 결정전 2경기에서도 연속 셧아웃 승리를 거뒀기에 V리그 출범 후 최초로 무실세트 우승까지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양 감독도 그간 마음고생을 씻고 환하게 웃었다. 올 시즌 전반기 동안 독주 체제를 구축했지만 후반기 들어 급작스러운 부진으로 정규시즌 우승을 IBK기업은행에 내줬던 상황. 지난해 포스트 시즌 맞대결 패배를 포함해 설욕에 나설 의지는 충만했다.
양 감독은 우승 후 한결 편안한 표정으로 인터뷰실을 찾았다. 감독 2년 차 만에 달성한 짜릿한 우승이었다. 양 감독은 지도자 생활을 17년 간 하면서 꿈에 그리던 날이 왔다. 선수단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 밖에 생각이 안 난다”며 운을 뗐다.
양 감독은 선수 생활을 했지만 선수로서 프로 데뷔는 하지 못 했다. 그래서 지도자로서 더욱 더 꼼꼼했고 몇 배로 더 노력하고자 했다. 양 감독은 제대로 된 선수 생활을 대학까지 밖에 안 했다. 흥국생명에서 코치로 들어가면서 프로가 이런 거구나 느꼈다. 그간 참 복이 많았다. 좋은 분들한테 많이 잘 배워서 부족하지만 지금까지 오게 됐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프로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선수들의 장단점을 꼼꼼히 메모했다. 매일 비디오를 보면서 선수들 동작 하나 하나를 다 체크하면서 선수들과 대화를 나눴다. 반복 훈련을 잘 따라와 줬다. 훈련 같은 부분은 타협을 안 했다. 선수들이 강하게 대해도 나를 잘 따라왔다. 선수들과 마찰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양철호 현대건설 감독이 우승 후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고 있다. 사진(수원)=김영구 기자
감독 데뷔 후 첫 우승을 달성한 하루에도 양 감독의 눈시울이 갑자기 붉어졌다. 바로 지난해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났기 때문. 양 감독은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하면서 어머니와 떨어져 지냈다. 크면서 같이 지낸 시간이 정말 얼마 안 됐다. 근데 지난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셨다. 우승하고 나니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나더라”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챔피언 결정전 3경기에서 삼각편대의 뒤를 받친 한유미도 우승의 감격을 만끽했다. 한유미는 지난 챔피언 결정전 3경기에서 22득점 공격성공률 41.30%를 기록했다. 한유미는 경기 후 복귀할 때부터 이날만을 기다렸다. 상상만 해도 눈물이 났다. 오늘 그날이 온 거 같아서 너무 기쁘다. 2년 정도 은퇴해서 쉬었는데 후회 아닌 후회도 했었고 제 자신을 잃은 것도 많았다. 오늘로 복귀 후 얻는 게 더 많아서 기분이 좋다”며 우승 소감을 전했다.
한유미 역시 양 감독과 마찬가지로 눈물을 보였다. 다름 아님 고(故) 황현주 전 감독이 떠올랐기 때문. 현대건설에서 황 전 감독과 같이 시간을 보낸 한유미는 지난 2012년 은퇴를 선언한 적이 있다. 이후 2014년 다시 현대건설로 현역 복귀했다.
한유미는 황 감독님이 현대건설에서 마지막 시즌을 보내실 때 저보고 희생을 하라고 했는데 그 때는 그걸 하기 싫었다. 저도 에이스 역할을 하고 싶었는데 그 때는 이해가 안 갔다. 지금은 그 역할이 뭔지 알 것 같다. 희생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 그 뜻을 알았으면 팀을 나가지 않았을 것 같다. 지금에서야 철든 것 같아서 우승을 맛본 것 같다”며 울먹였다. 우승의 순간 양 감독과 한유미를 울린 두 사람들이 있었다.
[forevertoss@maekyung.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