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침 한방울로 비만 분석’ 생활속 파고 드는 유전자진단
입력 2016-03-21 16:24  | 수정 2016-03-21 22:25

다이어트 성공법, 내 몸의 생체나이? 유전자에 물어보세요.”
동갑내기 친구는 물론 일란성 쌍둥이도 체질이 다르다. 왜 나만 살이 찌는지, 나만 술에 잘 취하거나 유독 피곤을 느끼는지 궁금했다면 유전자에 물어보는 것이 답이 될 수 있다. 배우 안젤리나 졸리 사례처럼 암 발병률 예상이나 친자 확인 등 심각한 문제에 주로 활용되던 유전체 분석 서비스가 맞춤 다이어트나 건강관리 같은 ‘생활 밀착형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놈(genome)이라고도 불리는 유전체는 염색체에 담긴 유전자를 총칭하는 말이다.
유전체 분석 서비스가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분석 기술이 발달하면서 비용이 많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서정선 바이오협회 회장은 2000년에는 한 사람의 게놈을 분석하는 데 25억달러가 들었지만, 작년에는 1000달러로 가격이 하락했다”며 1980년대 PC 가격이 1000달러로 하락하면서 정보기술(IT) 혁명이 시작됐듯, 3∼5년 사이에 인간 게놈으로 엄청난 혁명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령 산모가 늘어나는 요즘 관심을 모으는 검사가 ‘비침습적 산전검사(NIPT·Non-Invasive Prenatal Test)다. 배에 주사바늘을 찔러넣지 않고도 산모의 혈액만으로 태아의 DNA를 분석해 다운증후군 등 기형유무를 알려준다. 그동안은 중국이나 미국으로 보내 검사결과를 분석해야 했지만, 작년 10월부터 국내에서도 분석이 가능해졌다. 100만원이 넘던 비용도 50~70만원대로 낮아졌다. 업계에서는 기존 양수검사보다 편리하고 정확도도 99%로 높은 NIPT가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전자 진단 전문기업 마크로젠은 함춘여성크리닉과 차세대 산전 검사 ‘패스트(faest·fetus and embryo screening test)를 출시했다. 마크로젠 관계자는 태아(fetus)와 배아(embryo)를 위한 선별검사라는 의미로 배아 단계에서도 염색체 이상 여부를 정확하게 판별할 수 있다”며 작년 말 싱가포르와 중국에 론칭했고 전세계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랩지노믹스도 작년 4월 NIPT검사 ‘맘가드를 출시하고 그리스 의료장비기업 AMEDICS와 서비스 공급 계약을 맺었다. 녹십자지놈도 올 1월 관련 특허를 출원하고 상품 출시를 준비중이다. 조은해 녹십자지놈 연구소장은 NIPT는 1,2차 혈액검사에서 결과가 명확치 않은 경우나 35세 고령산모가 주로 하던 검사지만, 규제 완화와 비용 감소로 일반 산모들에게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식약처가 시범사업중인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임상검사실 허가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더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침(타액)으로 타고난 비만 유전자를 분석해 맞춤다이어트를 제안하는 서비스도 나왔다. 스타트업 제노플랜은 365mc 비만클리닉과 이달 중 맞춤형 체중관리 서비스 ‘제노플랜 핏을 출시한다. 비용은 10만원 선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내가 비만 관련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지, 체지방 분해율은 얼마인지 등을 분석해 추천 식단과 다이어트 방법을 제안한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제노플랜 관계자는 똑같은 식단과 방법으로 다이어트를 해도 누구는 성공하고 누구는 실패하는 이유에 주목했다”며 과체중에 40~70%까지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요인을 알면 더 효과적인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 신체기관 각각의 생체나이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스타트업도 있다. 메디에이지는 대사증후군·심장·췌장·신장 등 다양한 생체나이를 측정해 맞춤 건강관리를 제안한다. 당신의 폐 나이는 실제 나이보다 3살 어리지만 간 나이는 6살이 많군요. 술을 끊거나 줄이고 추천운동을 하세요”라는 식으로 분석해준다.
반려동물 1000만 시대에 발맞춰 유전자 분석서비스도 다양하게 나와 있다. 마크로젠이 내놓은 ‘마이펫진(myPETGENE) 비용은 6만원부터 다양하다. 디엔에이링크도 ‘펫GPS(PetGPS)를 서비스중이다. 3가지 기본 검사 비용은 20만원, 여기에 견종에 따라 검사당 5만원이 추가된다. 견종(묘종)별로 어떤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지, 어떤 혈통이 섞여 있는지는 물론 후손의 건강과 털 색깔같은 DNA까지 관리할 수 있다. 개체 식별 정보를 관리할 수 있어 만에 하나 잃어버렸을 때 찾는데 활용할 수도 있다. 반려견을 비롯한 고양이와 말, 새 등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마크로젠은 앞으로 반려동물의 비만유전자, 성격, 지능 등을 확인할 수 있는 특성확인 검사를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종일 서울대 의대 교수(분자유전학)는 유전체 분석 서비스에 대해 유전체 정보만 알면 생로병사의 비밀이 풀릴 것처럼 맹신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며 내가 왜 속이 안좋은 지, 내 혈당을 올라가게 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등 타고난 유전자 정보를 알고 생활습관을 바꾸거나 효과적인 건강관리를 하는 데 참고한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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