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여러분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18일 오전 서울 중구 연지동 현대그룹빌딩 동관 1층 강당. 이백훈 현대상선 대표는 주주총회 안건을 소개하기에 앞서 주주들 앞에 머리를 숙였다. 연결 기준으로 지난해 253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최근 몇 년간의 실적 악화에 대해 사과한 것. 이 대표는 용선료 조정, 채무 재조정 등 강도높은 자구안을 채권단에 제출하고 전 임직원들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도 자율협약 추진 등 적절한 지원에 나서고 있는만큼 이해 관계자들에게 희생과 양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18일 일제히 열린 주주총회에서는 주주들의 쓴소리가 잇따랐다. 주총장마다 부진한 주가로 손실을 입은 소액주주들이 이사 보수한도를 줄이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배당을 받지 못해 불만을 터트리는 주주들도 있었다.
대한항공 주총에서도 장기간 배당을 받지 못한데 따른 불만이 터져나왔다. 대한항공은 2010년 결산 때 배당을 실시한 이후 회사 손실로 인해 무배당 정책을 고수했다. 이날 주총에서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은 올해도 배당을 못하게 돼서 죄송하다”며 임직원이 혼연일체가 돼 빠른 시간 내 결손금을 해소해 배당을 드리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주총에 참석한 한 주주는 대한항공 회사 여러분들은 적자가 나도 월급 받아가는데 주주들은 5년동안 배당 못 받았다”며 영업 활력을 불어넣어야 겠지만 근본적으로 재무구조 개선이 더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주주는 올해도 배당을 못한다는데 과연 대한항공에 계속 투자할 가치가 있나”고 되물었다.
지 사장은 지난해 저유가 덕분에 8592억원 영업이익을 냈는데, 연말 환율 상승으로 당기 순손실이 발생해 배당을 못하게 됐다”며 올해는 불확실성이 있지만 저유가가 지속되고 환율도 안정돼 흑자가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총에서 대한항공 측은 올해 매출 12조 300억원, 영업이익 7700억원 이상을 목표로 내걸었다.
지난해 1조 5000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해 사상 최악의 실적을 거둔 삼성중공업은 박대영 사장이 주주들 달래기에 나섰다. 박 사장은 창사 이래 가장 어려운 시기이며 안타깝고 비탄한 심정이며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머리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예상 가능한 손실은 지난해 실적에 반영했기 때문에 시추선 업체들이 부도가 나지 않는 한 앞으로는 흑자 낼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증자는 자금사정이 어려울 때 검토해야하는데 지금으로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중공업 주총에서는 일부 소액주주들이 임원 보수 한도 안건에서 반발하기도 했다. 주총에 상정된 안건은 임원 보수 한도를 100억원으로 제시했으나, 일부 소액주주들이 작년 실제 집행액인 31억원으로 하향 조정하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 수정안은 표결에 부쳐졌으나 결국 부결됐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상선 주총에서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등기이사 사임 및 신임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현 회장이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것은 현대상선이 고강도 추가 자구안을 추진하는 데 이사회가 더 중립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다. 현 회장은 지난달 중순 현대상선 경영의 조기정상화를 위해 300억원을 사재 출연을 결정하기도 했다.
현대상선 주주들은 7대 1 감자를 의결해 회사가 자본잠식에서 벗어나도록 했다. 감자 방법은 액면가 5000원의 보통주 및 우선주 7주를 1주로 병합했다. 이백훈 현대상선 대표는 경영 정상화를 위해 뼈를 깎고 살을 도려내는 심정으로 자구책을 세우고 있다”며 주주들의 희생과 결단 없이는 자본잠식률이 79.8%에 이르는 상황을 해소할 수 없어 2017년 초 상장 폐지될 우려가 크니 헤아려 달라”며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박용범 기자 / 김정환 기자 / 윤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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