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를 약속했던 국민의당의 공천 과정이 기성 정당과 다를 것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의당은 18일 기준 현역 의원 1명(임내현 의원)만을 공천에서 배제한 상태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지역별 특히 광주 민심은 현역들에 이미 등을 돌렸다”고 했지만 정작 당은 현역 교체 동력을 잃은 상태다. 수치로 보면 국민의당은 약 5%의 현역 교체율을 기록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17%와 29% 수준의 물갈이율을 보여주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광주에서 선거를 준비 중인 국민의당 한 예비후보는 임내현 의원을 제외한 광주 현역 전원이 단수 공천을 받던가 경선 티켓을 얻었는데, 광주에서 실시한 공천관리위원회 공개 면접 결과를 보면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광주 지역 현역 의원 중 일부는 해당 지역 공관위 면접에서 최하위 성적을 기록했는데도 경선에 참여할 기회를 받았다고 한다.
지역구·비례대표 후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잡음도 끊이질 않고 있다. 국민의당 유일한 현역 간 경선 지역인 전남 강진장흥보성고흥에서는 황주홍·김승남 의원이 지역구 획정에 따라 한 지역구를 놓고 경쟁 중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경선과는 거리가 멀다. 황 의원, 김 의원, 김철근 예비후보(동국대 겸임교수)가 경선 방식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황 의원은 본인에게 불리한 경선 방식이 채택될 상황에 놓이자 지도부를 찾아가 탈당하겠다”고 협박했다는 후문이다. 세 후보는 지난 17일 오후 5시부터 18일 새벽까지 ‘경선 룰 담판을 벌였지만 끝내 결론을 내지 못했다.
국민의당이 ‘새로운 시도라고 야심차게 도입한 숙의배심원단 경선 제도 또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숙의배심원단 경선이란 배심원단으로 선발된 사람들이 후보들 정책토론·질의응답을 지켜본 후 분과별 숙의를 거쳐 최종 후보를 선정하는 제도다. 국민의당은 이 경선 방식을 광주 지역에만 도입했는데, 각 지역별로 일반 유권자·학계·시민사회단체 등으로 배심원단을 구성한다.
배심원단 규모가 특히 논란이다. 현재 지역별로 100명을 선발하도록 돼 있는데, 이들을 모두 참석시킬 방법이 없다. 김종현 국민의당 선거관리위원장은 현장에 100명이 다 오지 않더라도 가능하면 오는 인원으로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배심원단 100명 중 50명만 와도 경선을 치르겠다는 뜻이다. 한 예비후보는 100명도 숫자가 적은데, 만약 그 이하 인원만 당일 나타나면 과연 광주 지역 민심을 제대로 반영한다고 볼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지역 내 기득권을 쥐고 있는 현역 의원들이 배심원단에 포함될 주요 인사들을 접촉하고 ‘섭외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한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현역 의원들이 시의원들까지 동원해 잠재적 배심원단 후보들을 찾아 나서고 있다”고 했다. 선관위는 수백명의 후보군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역 후보도 모르게 경선 룰을 바꿔버리는 ‘황당한 사건도 발생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광주 북구을 지역 경선 방식을 100% 숙의배심원단 경선에서 배심원단 70% - 여론조사 30%로 수정했는데, 100% 숙의배심원단 경선을 약속받고 북구을로 지역구를 옮긴 김하중 예비후보는 정치 신인 학살”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당은 이날 5차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영환·정호준 의원은 단수 공천을 받았고, 전주을에는 장세환 전 의원과 한명규 예비후보 등이 경선에 진출했다. 아울러 현역 의원 21명을 확보한 국민의당은 이날 원내교섭단체 등록 절차를 마쳤다.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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