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ISA 종주국 영국 “이자 25% 줄게...연금으로 써라”
입력 2016-03-18 13:24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부 장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종주국 영국이 60세까지 적립시 연 25% 이자를 정부가 얹어주는 새로운 형태의 ISA를 도입하는 파격 실험에 나섰다. 60세 만기이전 생애 첫 주택구입을 목적으로 중도 인출시에도 정부 혜택은 유지된다.
노후가 불안한 2040 세대들에게 ISA를 일종의 ‘보조연금으로 활용해 스스로 주택 구입과 노후를 준비시키는 동시에 본격적인 연금개혁에 앞서 국민의 공적연금 의존도를 사적연금 쪽으로 분산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이코노미스트 등에 따르면 영국 재무부는 18일(현지시간) 2016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내년 4월부터 이같은 ‘평생 ISA(lifetime ISA)를 도입키로 했다. 핵심은 중도 인출이 자유로운 기존의 ISA상품과 달리 60세까지 만기를 부여하는 대신 운용수익 외에 정부가 연간 25%에 달하는 이자를 얹어주기로 한 것이다.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은 4파운드에 1파운드 이자를 정부가 직접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간 최대 적립금이 4000파운드(한화 670만원)인 만큼 정부가 최대 1000파운드(160만원)까지 보너스 이자를 주는 셈이다. 물론 기존 ISA와 마찬가지로 수익에 대해 전액 비과세혜택은 그대로다.
중도 인출은 1회에 한해 생애 처음으로 주택을 구입(45만파운드 이하 싯가)하는 경우에만 허용된다. 하지만 다른 목적으로 60세 이전 중도 인출을 하게 되면 정부의 25% 이자가 사라지고 5%의 세금 성격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가입연령은 18~40세로 제한된다. 이후 50세까지 납입은 의무적이고 이후 만기(60세) 때까지 추가 납입은 선택이다. 갈수록 고령화되는 인구구조와 더불어 향후 노후가 불안한 2040세대들이 스스로 저축을 통해 노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ISA를 연금저축 성격을 겸비한 상품으로 리모델링한 셈이다. 오즈번 장관은 주거비 상승으로 고민하는 젊은 세대가 일찌감치 내집마련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영국 정부의 새 ISA제도 도입은 본격적인 연금개혁에 앞선 사전포석 성격이 강하다. 오즈번 장관은 당초 지속 가능한 공적 연금체계를 위해 현재 연금수급 개시연령(남성은 65세, 여성은 60세)을 오는 2020년부터 남녀 모두 66세로 늘리고, 다시 2026~2028년에 67세로 올리는 연금개혁안을 준비중이다. 그러나 야당인 노동당을 비롯해 같은 보수당 내부에서도 오는 6월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 국민투표까지 앞둔 상황에서 중산층·서민층 민심을 악화시킨다”는 반발이 일면서 잠시 보류한 상태다.
그러나 갈수록 고령화되는 인구구조와 이에 따라 부담이 커지는 공적연금 구조를 감안할 때 연금개혁은 불가피한 만큼 이에 앞서 공적연금에서 사적연금으로 국민들의 연금을 옮겨가도록 유도해 보자는 게 오즈번 장관의 복안이다. 현재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직장퇴직연금)을 병행하는 영국에선 직장 퇴직연금을 가입할 때 공적연금의 일부 가입 의무를 면제토록 하고 있다. 이같은 사적연금 성격의 평생ISA계좌 가입자를 늘린후 공적연금 대상자를 차차 줄여나가 연금 지급 부담도 줄이고 향후 고령화시대 복지비 지출도 줄여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연금운용 컨설팅사인 하이먼스 로버트슨의 패트릭 블룸필드는 결국은 오즈번 장관이 재정긴축을 위한 연금개혁에 앞서 ‘뒷문을 연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일반 ISA나 공적·사적연금을 가진 사람도 자유롭게 새 평생ISA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다만 1년간 ISA에 적립하는 한도는 모든 ISA계좌를 합쳐 2만파운드를 넘을 수 없다. 지난 94년부터 ISA를 도입한 영국은 현재 연 15만 파운드 이상 고소득자의 47%가 ISA 한도까지 모두 투자하고 있을 정도로 ISA인기가 높다. 기존 ISA는 16세 이상부터 가입 가능하며 중도인출 제한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비판적 여론도 있다. 정부가 재정건전화를 추진하면서 복지지원 의무를 자칫 운용시 손실이 발생할 수도 모를 사적영역으로 떠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예상보다 가입자가 몰릴경우, 되레 단기적으로 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할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영국 재무부는 ISA도입에 따른 오는 2020~2021년 지출부담이 연간 8억5000만 파운드에(1조5000억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지용 기자 / 강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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