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현대상선 생존 첫 관문서 막혔다
입력 2016-03-17 17:34  | 수정 2016-03-17 19:58
유동성 위기에 처한 현대상선이 사채 만기 3개월 연장에 실패하면서 생존을 위한 1차 관문부터 막혔다. 산업은행은 사채권자들을 포함한 현대상선 이해관계자들의 지원 대열 동참을 전제로 한 '조건부 자율협약' 배수진을 쳤다.
17일 현대상선 사채(제176-2회 무보증사채) 투자자들은 사채권자 집회를 열고 다음달 7일 돌아오는 1200억원 채권 만기일을 7월 7일로 연장하는 안을 부결했다. 이번 만기 연장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지원을 받기 위한 첫 번째 시험대였다. 채권단이 공모사채 기한 연장 등 비협약 채무조정과 해외 선주들 용선료 인하를 현대상선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일단 현대상선 측은 4월 만기 공모사채뿐만 아니라 모든 공모사채를 대상으로 조속히 사채권자 집회를 다시 연다는 계획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다음 집회 때 공모사채를 묶어 출자전환하는 방안을 놓고 투자자들을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채를 주식으로 바꿔 부채를 덜어내는 방식으로 채무조정에 나선다는 얘기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현대상선 회사채는 총 3600억원이다. 이번에 부결된 채권은 만기가 지나도 연체료를 물어주면서 협상을 계속한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만기 연장안이 부결됐지만 보유 현금이 없어 회사채 투자금을 상환해주기 어렵다"고 전했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권 채권단은 사채권자, 선박금융리스 채권자, 용선주 등 다른 현대상선 이해관계자들의 회생 지원 동참을 전제로 한 조건부 자율협약 카드를 빼들었다. 산업은행이 22일 채권단에 조건부 자율협약 안건을 부의함으로써 채권단은 29일 안으로 자율협약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이번 조건부 자율협약은 용선료 인하, 사채권자를 포함한 모든 채권자의 공평한 채무 재조정을 전제로 추진되는 것으로, 이 중 하나라도 협상이 무산되면 자율협약은 종료되는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채권자 집회의 부결이 구조조정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사채 만기 연장의 재가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18일에는 증시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해 감자를 결정하는 주주총회가 열린다. 현대상선 입장에서는 주총에서 보통주와 우선주 7주를 1주로 병합하는 감자안이 결의돼야 한다. 이렇게 되면 자본금 규모가 1조2124억원에서 1732억원으로 줄어들며 증시 퇴출 요건(2년 연속 자본잠식률 50% 이상)을 피할 수 있다. 감자에도 불구하고 자구안이 약발을 받아 회생하지 못하면 자본시장에서 더 큰 신뢰를 상실하는 유탄을 맞을 수도 있다.
[윤진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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