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착한 과자 경제학’…양 늘리고 가격 그대로 과자에 지갑 열었다
입력 2016-03-15 16:42 

제과회사 오리온은 지난해 10월 국민 과자 ‘초코파이情 중량을 기존 35g에서 39g으로 4g(11.4%) 늘렸다. 초콜릿 함량도 13% 높여 맛이 더 진해지고 달콤해졌다. 가격은 올리지 않고 과자 무게만 늘리는 ‘착한 포장 프로젝트 일환이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부터 2월까지 초코파이 매출액은 281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매출액 228억원보다 23% 증가했다.
불황에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가성비가 높아진 ‘착한 과자에 지갑을 열고 있다. 제과업체들은 과거 과대포장탓에 얻은 ‘질소 과자 오명을 벗고 회사 이미지를 쇄신할 분기점을 맞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 2014년 9월 제품 포장재를 개선하고 양을 늘리는 ‘착한 포장 프로젝트에 착수해 고래밥과 와우껌, 포카칩 등 자사 대표 제품 10개 중량을 늘렸다. 소비자들의 요구를 제품에 반영해 실질적인 구매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과정이다.
제과업계 맞수 롯데제과도 증량에 동참했다. 지난해 12월 가격 변동 없이 롯데초코파이 중량을 35g에서 39g으로 11.4%를 늘렸고, 롯데자일리톨껌도 97g에서 108g으로 11.3% 증량했다. 초코파이는 마시멜로우와 초콜릿 함량이 높아졌고 자일리톨껌은 한 봉지당 7알이 더 늘어났다. 역시 고객 호응은 컸다. 지난 1~2월 롯데자일리톨껌 매출액은 50억7000만원을 기록, 전년 동기 매출액 44억3000만원보다 14.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롯데 초코파이 매출액은 32억5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매출액 26억1000만원보다 24.1% 늘었다.

제과업체들의 착한 포장 프로젝트는 과자 가치를 제고시켜 소비자와 접점을 넓히고 있다. 과자는 건강에 해롭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상쇄하고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자 증량은 저소득, 저성장 시대에 돈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며 증량후 비용은 증가되더라고 과자 이미지가 좋아져 장기적으로 이익이 날 수 있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증량에 따른 매출 증대 효과는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9월 10.5% 증량한 오리온 와우껌 매출액은 32%나 늘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와우껌 매출액은 37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28억원보다 9억원 증가했다. 같은 시기 무게를 17.6% 늘린 오리온 고래밥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매출액 69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63억원보다 10% 늘었다.
오리온은 마켓오 리얼브라우니, 리얼치즈칩, 눈을감자, 왕고래밥 등을 증량하는 한편 21개 제품의 포장재 규격을 축소했다. 지난해 9월 증량한 포카칩의 경우 부피에 비해 내용물이 적어 보인다는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생산 공정 개선으로 제품 내 빈 공간 비율을 환경부 기준인 35%보다 낮은 25% 미만까지 줄이는데 성공했다. 롯데제과도 지난해 꼬깔콘의 포장공간 비율을 18%에서 16%로 줄였다.
오리온은 지난해 3월 연간 88톤의 포장재 잉크 사용량을 줄이는 환경 친화적 포장재 개선작업도 진행했다. 포장재 인쇄와 접착에 쓰이는 유해화학물질을 친환경·친인체 물질로 대체하는 ‘그린포장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다.
증량으로 매출 증대 효과를 본 제과업체들은 ‘착한 포장 프로젝트에 더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현재 오리온은 11번째 증량 제품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제과는 최근 ‘가나파이와 ‘청포도 캔디를 증량하고 ‘가나 프리미엄 가격을 내렸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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