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AA회사채는 없어서 못사고 BB급은 나와도 안팔리고…
입력 2016-03-13 17:10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들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회사채 발행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주는 회사채에 투자하려는 수요는 폭발적으로 느는 데 반해 공급은 감소해 SK나 KT 같은 초우량 회사채 수요예측에는 수조 원의 자금이 몰릴 정도다.
13일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지난 2월 대규모 회사채 만기(4355억원)에도 불구하고 신규 회사채 발행금액(2768억원)은 그만큼 많지 않아 국내 기업 회사채 발행잔액이 1500억원 이상 줄어들었다. 이달 들어서도 회사채 발행금액(840억원)이 만기도래금액(106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강수연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올 1월을 제외하곤 지난해 10월부터 현재까지 회사채 발행금액이 만기 상환금액에 못 미치는 순상환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주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은 오일허브코리아여수(회사채 발행예정액 500억원) 한 건에 그쳤다. 3월 첫째주 수요예측을 실시한 기업도 민자발전사 GS EPS와 한국토지신탁 두 곳뿐이었다. 회사채 발행 준비를 위해 국내 증권사와 대표 주관계약을 체결한 기업도 현재 전북은행 우리은행 등 금융사를 제외하면 삼화페인트공업 한 곳밖에 없다.

채권발행시장(DCM)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소식이 점차 뜸해지고 있다"며 "회사채 발행은 2015년 3월부터 6월 사이 늘어났다가 하반기 줄어들기 시작했으며 올 들어 순상환 폭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등급 A 이하 비우량 기업은 지난해 하반기 대우조선해양 대규모 적자, BNK캐피탈 렌탈채권 부실화 사태 이후 회사채를 매수하려는 투자자가 많지 않아 공모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최근에는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같은 주식 관련 사채 발행을 검토하거나 기관투자가 등과 직접 협의해 고금리 사모사채로 자금을 조달하기도 한다.
문제는 시장에서 충분히 소화 가능한 신용등급 AA 이상 우량 회사채들도 발행이 정체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강 연구원은 "우량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 대신 은행권 대출이나 기업어음(CP)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는 징표는 나타나지 않는다"며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딱히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기업들이 자금 조달 필요성을 못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염려가 확대되자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한 것도 최근 회사채 발행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회사채 발행을 통한 공급이 감소한 반면 투자 수요는 늘어나면서 최근 우량 회사채 수요예측은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SK는 3000억원어치 회사채 발행 예정에 1조500억원 투자 주문이 들어왔다. 높은 경쟁률을 감안해 SK는 회사채 발행금액을 4000억원으로 증액하기로 결정했다.
[김혜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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