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영화 속 `알파고`...때론 섬뜩·때론 따뜻
입력 2016-03-13 15:00 
바이센티니얼 맨

인공지능(AI)은 인류에게 위협일까, 희망일까.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공상이 눈앞의 현실이 됐다.지난 12일 세계 최정상급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은 인공지능 ‘알파고에 최종 패(3전 3패)했고, 온 세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제 힘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알파고의 능력은 경이로웠으나, 한편으로 두렵기까지 했다. 인간의 피조물에 불과하던 기계가 머지 않은 미래, 인간을 압도할 지 모른다는 불길한 상상. 그럴 때 필요한 건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가늠자일 테다. 영화의 상상력은 그 가늠자로써 언제나 현실을 앞질렀고, 미래의 거울처럼 기능하곤 했다. 이에 인공지능 소재를 다룬 공상과학(SF) 영화 몇 편을 짚어봤다.
▲인공지능 원조 ‘HAL9000
SF 장르의 거개가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시선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대표적인 게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 SF의 서막을 연 이 고전엔 ‘HAL9000(이하 할)이라는 원조 AI가 등장한다. 영화 속 승무원과 할의 대립은 그 자체 유명한 영화적 소재가 됐고, 훗날 여러 SF물을 거쳐 재생산된다.
영화는 우주선 운행과 시스템 통제를 맡은 할이 반란을 일으키는 과정을 그린다. 할은 사람과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체스를 둘 줄 알며 사람 입술 모양도 읽을 줄 안다. 하지만 인간의 감정을 읽어 행동 예측까지 가능해지자 점점 위협적인 존재가 된다.
제 목적을 위해 승무원을 우주 밖에 내보내고, 선실에 가둬버린다. 선실에 갇힌 데이브가 문 열어, 할!”이라고 소리치자 미안합니다, 데이브. 유감이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라고 답하는 대목은 가장 섬뜩한 장면으로 손꼽힌다. 미국 영화 협회가 선정한 ‘100대 영웅 그리고 악역 14위다.
▲‘아키텍트 ‘스카이넷 ‘울트론
기계가 지배하는 디스토피아적 세상를 그린 영화는 ‘매트릭스 시리즈(1999~2003)와 ‘터미네이터 시리즈(1984~2015), 그리고 ‘어벤저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가 거론된다. 아마도 인공지능의 미래를 가장 암담하게 묘사한 작품들일 게다. 세 작품 모두 인간이 만들어낸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고 말살한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한다. ‘매트릭스와 ‘터미네이터는 아예 인간이 기계의 피지배자로 전락한 종말론적 상황이 배경이다.

‘매트릭스 속 인공지능 ‘아키텍트는 매트릭스 세계를 설계하고 관리하는 사실상 인류의 지배자다. 이곳 기계들은 인간을 생체 전지로 활용하며 아예 짐승처럼 부린다. ‘터미네이터의 미래 인류 또한 인공지능인 ‘스카이넷의 공격을 받아 거의 괴멸 위기에 처한다.
‘어벤저스의 ‘울트론은 아예 자승자박의 전형을 보여준다. 토니 스타크가 외계생명체 침입을 막겠다며 만든 인공지능이 되레 인류 최대의 적으로 등극해 어벤저스팀이 간신히 뒷수습한다는내용이다.
▲선한 인공지능, ‘앤드류 ‘데이빗 ‘사만다
그렇다고 악하고, 파괴적인 인공지능만 다뤄진 건 아니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인공지능도 물론 있다. ‘바이센티니얼 맨(1999)은 인간이 되고 싶은 로봇을 다룬 휴머니즘 SF다. 가사용 안드로이드 NDR-114(앤드류)가 로봇 정체성에 회의를 느껴 인간이 되려한다는 내용이다. 아무리 지적인 능력을 지녔어도 영원한 생명을 가져서는 인간일 수 없다는 깨달음을 얻고 제 몸을 ‘늙어 죽도록 프로그래밍한다.
스티브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한 ‘에이 아이(2001) 속 ‘데이빗(헤일리 조엘 오스먼트) 또한 인간보다 더 따스한 감정을 지닌 로봇이다. 불치병에 걸린 아이 집에 입양됐지만 이내 버려지고, 진짜 인간이 되면 다시 사랑받을 거란 믿음에 방법을 찾아 떠난다는 이야기다.
최근 작품으로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달달한 사랑을 소재로 한 ‘그녀(2014)가 있다. 실체는 없고 달콤한 목소리만 존재하는 ‘사만다(스칼렌 요한슨)는 외롭고 쓸쓸한 테어도르(호아킨 피닉스)의 말벗에서 이내 그의 사랑스런 연인이 된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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