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원영아, 하늘선 편히 쉬렴" 화장후 납골당 안치
입력 2016-03-13 13:27  | 수정 2016-03-14 13:38

전국에 공개수배된 신원영군(7)이 끝내 주검으로 돌아왔다.
신군은 지난달 2일 이미 숨져 평택 야산에 암매장 됐으며, 길에 버리고 돌아왔다는 계모의 진술 등은 범행을 감추기 위해 부모가 짜맞춘 거짓말이었다.
부모 자백을 받고 전날 신군 시신을 수습한 경기 평택경찰서는 13일 계모 김모씨(38)와 아버지 신모씨(38)를 상대로 살인의 고의성, 공모 여부 등을 집중 조사했다.
특히 경찰은 계모에 대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적용이 가능한지 검토하고 있다.

경찰수사에서 드러난 계모의 폭력은 패악(悖惡) 그 자체였다. 경찰에 한 진술 내용을 종합해 보면 계모는 신군이 대소변을 못가린다”는 이유로 지난해 11월초부터 숨진채 발견된 지난달 2일까지 석달 동안 화장실에 감금해 놓고 하루 한끼를 건넸다. 화장실에 있기 싫다”며 밖으로 나왔던 신군은 계모의 폭력에 스스로 화장실에서 나오려 하지 않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감금 후에도 변기 밖으로 소변이 흐르게 했다”며 청소용 플라스틱 솔로 온몸을 수차례 폭행했고, 지난 1월엔 폭행을 피하려다 변기에 부딪쳐 이마가 찢어졌는데도 그 누구도 병원에 데려가거나 붕대를 감아주지 않았다. 사망 6일 전인 1월 28일엔 소변이 변기 밖으로 흘렀다”며 무릎을 꿇리고 전신에 락스를 부었다. 그 후유증으로 신 군은 하루 한끼 식사마저 제대로 하지 못했다. 신군은 키 112.5cm, 몸무게 15.3kg으로 키는 또래의 하위 10%, 몸무게는 저체중 상태였다.
계모는 지난달 1일 오후 1시께 옷에 대변을 싼 신군의 옷을 벗기고 전신에 샤워기로 찬물을 뿌린 뒤 방치했다 다음날 확인해 보니 사망해있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결과 신군은 다발성 피하출혈과 저체온 등 복합적 요인으로 사망한 것으로 1차 분석됐다. 락스로 인해 이마 부위 피부가 손상됐고, 옴몸에 멍자국과 피하출혈이 발견됐다. 머리부위에는 장기간 외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피가 고여 있었으며, 피하 지방이 없고 위가 텅 비어 영양실조도 의심된다고 부검의는 밝혔다.
아버지 신씨는 계모의 학대를 알고도 눈을 감았다. 경찰은 3개월 전부터 신군이 화장실에서 생활하고 몸에 구타 흔적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나, ‘아동학대로 처벌 받는 것이 두려워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부부는 범행을 숨기기 위해 주도면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경찰 수사에 대비해 신군의 책가방과 신발 주머니 등을 구입해 마치 초등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한 준비를 한 것 처럼 위장했고, 계모가 신씨에게 아들을 친정엄마가 살고 있는 강원도에 보냈다고 한 말이 사실인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부부의 대화내용을 차량 블랙박스에 녹음하기도 했다. 지난 4일 초등학교 입학 대상인 신군이 학교에 출석하지 않은 것을 이상히 여긴 학교측이 경찰에 신고를 하자 부부는 아이를 실제로 찾으러 다닌 것 같은 내용의 문자를 서로 주고 받기도 했다. (신군이) 미워서 길가에 버렸다”는 계모의 경찰 진술 역시 수사에 혼란을 주기 위해 만들어낸 말이었다.
이들 부부의 범행은 지난달 14일 신씨가 할아버지 연고 지역에서 카드를 사용한 내역이 발견되면서 급물살을 탔다. 이를 통해 지난달 12일 오후 11시 25분께 부부가 불상의 물체를 차에 싣고 같은 지역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부부를추궁해 자백을 받아냈다. 신씨 부부는 숨진 신군을 이불에 말아 집안 세탁실에 열흘간 방치하다 지난달 12일 밤 할아버지 묘가 있는 평택시 청북면 야산에 암매장했다. 계모는 암매장 8일 뒤(지난달 20일) 포털 사이트에서 살인 몇 년 형” 등의 키워드를 검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군 시신은 이날 오전 평택아동보호전문센터 등의 도움으로 화장돼 평택시 청북면 평택시립추모공원 납골당에 안치됐다.
경찰은 신군 누나(10)와 친모에 대한 심리상담과 치료를 진행하고 기초생활수급자 지정도 검토하고 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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