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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인터뷰②] 류준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입력 2016-03-13 11:59 
사진=정일구 기자
[MBN스타 유지혜 기자] 배우 류준열은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경험을 했다. ‘쌩 신인에서 한순간 ‘국민 남편이 됐고, 국내 최고의 예능의 주인공이 됐고, 그만큼 많은 진통을 겪었다. 하지만 류준열은 의연했다. 흘러가는 대로 흘러가는 것”이라고 말이다.

류준열은 tvN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의 김정환으로 ‘어남류의 신드롬을 만들어냈다. ‘못생김을 연기하는 배우라는 수식어답게 특유의 매력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SNS 팔로워들은 빠르게 늘었고, 그의 팬미팅은 금세 매진됐다.



팬미팅 매진 소식을 공항에서 처음 들었다. 아프리카에서는 포털사이트 클릭까지만 되고 그 이후에는 아예 멈춘다.(웃음) 그래서 인터넷을 포기했었고, 그 어떤 소식을 듣지 못했다. 그러다 공항에 도착했는데 어떤 팬분이 얘기해주시더라. 정말 깜짝 놀랐다. 일단 제가 배우 생활을 하면서 팬미팅이란 걸 할 줄 몰랐고, 예능을 찍을 줄도 몰랐다. 예능 프로 촬영을 다녀오는 길에 팬미팅 매진 소식이라니.(웃음) 상상하지 못한 것들을 많이 하게 돼 감사하다.”

최근에 자신이 유명해졌다는 걸 실감한 순간이 언제냐고 물었더니 류준열은 ‘물개 박수를 치며 ‘무한도전에 제 얼굴이 나왔을 때”라고 답했다. ‘무한도전의 ‘못친소 페스티벌 특집에 자신의 얼굴이 나오는 걸 봤다며 영광”이라고 말했다.

대형 스크린에 제가 나오니 정말 신기하고 뿌듯했다. 더 스크린이 컸으면 좋았을 걸.(웃음) 시즌1을 제가 집에서 봤는데, 제가 즐겨보는 ‘무한도전에 저를 언급하는 ‘무도 멤버들을 보니 정말 신기하고 깜짝 놀랐다. ‘와, 진짜 내가 유명해졌나? 한순간 생각했다.(웃음)”

이처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준 ‘응팔 이전의 류준열은 수많은 오디션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출연 기회 하나가 소중했던 ‘신인이었다. 독립영화에서 주로 얼굴을 비쳤던 그였는데, 그 시간 속에서 참 많은 것들을 배웠다고 류준열은 회상했다.

사진=정일구 기자


독립영화란 시스템 안에서 저도 다양한 방면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러면서 스태프들은 얼마나 힘든지, 배우들은 어떤 마음으로 연기에 임하는지 직접 보고 이해하게 됐다. 그랬기 때문에 더 현장에 빨리 적응하게 된 게 아닐까. 스태프들에 더 조심하게 될 수 있었고, 어떤 일들도 좀 더 빨리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그랬던 류준열의 행보는 갑자기 ‘드라마로 향했다. ‘응팔 오디션에 ‘덜컥 합격하고, 김정환이란 역할로 스타덤에 올랐다. 갑자기 드는 의문 한 가지. 왜 갑자기 드라마였을까. 류준열은 그보다 더 좋은 기회가 있었을까”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좋은 시나리오, 좋은 감독님이라면 드라마와 영화를 가리지 않고 하려고 했다. 마음은 그런데 ‘응팔도 제겐 도전이었다. 영화는 어떻게 마무리가 되는지 ‘끝을 알고 시작한다. 드라마는 그게 아니니까 이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제가 잘 하고 있는 걸까, 어떻게 되는 걸까, 이런 걸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랄까. 하지만 앞으로도 좋은 작품이라면 어떤 것이든 가리지 않고 하고 싶단 생각을 하고 있다.”

‘응팔을 통해 대중과의 거리를 좁혔고, 많은 인기도 얻었다. 그는 ‘응팔로 팬들과 동료 배우들을 얻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만큼 잃은 게 있지 않을까. 류준열을 둘러싼 무성한 소문들, 진위를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 꼬리를 물었다. 류준열 또한 이를 알고 있었다. 그는 그런 말들도 저에 대한 관심이니 소중하다”고 입을 열었다.

사진=정일구 기자


제가 더 조심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스트레스 받는다든가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중심을 잘 잡고 가다보면 좋은 일이 있겠거니 싶다. ‘좋지 않은 이야기들이 있는 만큼 좋은 이야기들도 많이 있을 거야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니 괜찮아졌다. 주변에 절 걱정해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 덕분에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있다. 별 탈 없이 지나가고 있달까.”

‘꿋꿋이라는 단어를 한 글자씩 힘주어 말하는 류준열의 표정이 인상 깊었다. 속이 단단하게 다져진 사람 같았다. 질문에 막힘없이, 조리 있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걸 보니 평소에 많은 생각들을 차곡차곡 정리해 나가는 사람이란 느낌이 들었다. 류준열은 ‘삶의 기준에 대해 말을 이어갔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어가면서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듣고 싶은 말만 듣는 경향이 생기지 않나. 저도 분명 그럴 거다. 이왕 그렇게 된다면 그 ‘기준, 즉 사람의 ‘그릇이 커지면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릇이 큰 사람이 되는 것. 그게 제 기준이다. 그릇을 더 크게 만들어서 더 많은 이야기를 소통하고 교감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류준열이 말하는 ‘그릇을 키우는 일, 말은 쉽지만 참 어려운 일이다. 서른을 갓 넘긴 류준열의 입에서 ‘그릇이란 말이 나오니 생경했다. 이제 막 빛을 보기 시작한 배우의 입에서 이토록 어른스러운 단어가 나올 줄이야. 생각보다 류준열이란 사람은 더욱 깊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사진=정일구 기자


저도 ‘그릇을 크게 가지기 위해 매일 노력하고 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고 있다. 외모나 물질적인 것을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훨씬 쉽고, 조금의 시간이 드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주변의 충고도 새기며 듣고 있다. 초심을 잃지 말라는 말, 더 조심해야 한다는 말 등 걱정에서 비롯된 조언들을 마음에 꼭꼭 담아낸다.”

그는 수많은 오디션에서 떨어졌고, 작은 기회들이 간절했다. 그런 시절을 통해 속을 다졌고, ‘응팔을 만났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변화들에도 잘 적응해갈 수 있었다. 그를 둘러싼 많은 일들이 성장통 같아 보였다. 하지만 류준열은 성장통은 통증인데, 사실 그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성장통까지는 아닌 것 같고, 그저 흘러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 중의 일부라고 말이다. 저는 앞으로 저를 찾아주는 모든 분께 위로가 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영화나 드라마를 본 후 시간을 쓴 것에 뿌듯해하고 재미를 느끼실 수 있도록 하는 배우. 치유를 느낄 수 있는 배우,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가만히 류준열의 말을 듣고 있자니 문득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말이 생각났다. 탐내지 말고, 속이지 말며, 갈망하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던 그 시. 류준열은 지금 그렇게 살고 있었다. 혼자서 묵묵히 자신의 갈 길을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답던가. 그렇기 때문에 류준열이 더욱 빛나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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