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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종영③] ‘시그널’, 조진웅에 빚지다
입력 2016-03-13 08:58  | 수정 2016-03-13 15:17
사진=시그널 캡처
[MBN스타 김윤아 기자] 죄를 지었으면 돈이 많건, 빽이 있건, 거기에 맞는 죗값을 받게 해야죠. 그게 경찰이 해야 되는 일이잖아요”라는 대사를, 조진웅 만큼 잘 해낼 배우가 있었을까. 극중 조진웅의 대사는 매회 시청자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상식보다 권력이 앞서는 현실에서 조진웅은 어떤 권력의 협박이나 회유에도 굴하지 않고 진실을 파헤치고자 했다. 그의 눈빛, 몸짓, 말투 하나 하나에서 우직하게 할 일은 해야겠다는 그의 신념이 고스란히 엿보였다.

조진웅은 앞선 작품들에서도 출중한 연기력으로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시그널은 조진웅에게 쉽지 않을 새로운 도전이었다. 여타 작품에서는 한 시대를 살았다면, 이번 ‘시그널에서 조진웅은 1989년부터 2000년까지 인물의 크고 작은 심경의 변화상을 그려내야 했다.

더욱이 무전기로 시대를 넘나들며 소통하는 판타지적 요소를 시청자들에게 설득해야하는 막중한 임무를 갖고 있기도 했다. 조진웅은 무전기라는 판타지로 연결돼 형사 이재한(조진웅 분)은 몸으로 뛰고 박해영(이제훈 분)은 머리로 분석해 사건을 척척 해결해 나갔다. ‘타임 리프라는 설정으로 과거의 형사와 현재의 프로파일러의 협력이라는 이 말도 안 되는 일이 조진웅의 연기력 덕분에 가장 현실감 있게, 그리고 설득력 있게 그려졌다.

특히 이재한 형사의 시간은 인물의 맨 마지막 순간에서 시작해 흘렀다. 2000년, 정의감으로 똘똘 뭉쳐 진실을 밝혀내고자하는 베테랑 이재한 형사를 연기하던 조진웅은 1989년으로 돌아가 서툴고 마음만 앞선 어설픈 순경 이재한을 연기하기도 했다. 한 작품에서 이렇게 시대를 뛰어넘어 달라진 캐릭터를 시청자들과 함께 호흡하는 일은 쉽지 않았을 터. 그러나 조진웅은 굳건한 신뢰와 믿음으로 뭉친 2000년의 이재한과 1989년의 이재한을 완벽히 소화했고, 덕분에 시청자들은 극적 몰입도를 더욱 높일 수 있었다.

조진웅은 앞선 ‘시그널 제작발표회 당시 배우들에 미안할 얘기이지만 처음에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 과거와 현재 이야기가 나와서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보지도 않았다”고 솔직하게 말한 바 있다. 이어 과거와 현재가 무전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말이 안 되지 않냐. 그래서 궁금했다. 읽는데 한 줄이 딱 걸렸다. ‘20년 후인데 무언가가 나아졌냐는 대사였다”고 말했다.

사진=MBN스타 DB
1995년의 이재한은 권력 남용으로 진실이 묻히고, 무고한 사람이 당하고 사는 모습을 바라보며 2016년의 박해영에게 20년이나 지났으니 거기는 지금과는 달라졌겠죠?”라고 묻는 한 줄의 대사가 조진웅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것이었다. 조진웅은 생각해보니 20년 전과 지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시그널은 ‘왜 그 이야기를 하려 하나라는 생각으로 대본을 계속 봤다. 정말 절실하게 임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이처럼 그의 진정성이 극중 이재한에게 녹아들었고, 모두가 쉽사리 공감할 수 없을 법 했던 판타지적 요소 속에서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시그널은 조진웅에게 빚을 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김윤아 기자 younahkim@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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