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현지시각) 시작해 7일로 일주일 째 진행하고 있는 2016 제네바 모터쇼. 디터 제체 메르세데스-벤츠 회장, 스테판 포닉바 BMW i 브랜드 수석, 로베르토 콜라디 마세라티 제품 개발 수석, 자일스 테일러 롤스로이스 디자인 총괄 등 자동차 구루들은 매일경제 신문을 만나 자동차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려줬다. 그들은 폭스바겐의 디젤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디젤 시장은 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대한 세계적 인기가 페라리, 애스턴마틴 등 슈퍼카 브랜드들까지 움직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전기차가 향후 자동차시장 판도를 바꿔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터 제체 벤츠 회장은 전기차 개발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제체 회장은 벤츠가 ‘유해가스 배출 제로(Zero) 달성을 위해 전기차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해나가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독일 카멘츠에 5억4300만 달러(약 6560억5260만 원)를 투자해 새로운 배터리 공장을 지을 것”이라며 기존의 배터리 공장 부지 인근에 50에이커(20만 평방미터)의 땅을 샀다”고 말했다. 제체 회장은 100% 전기 모드 주행를 이루기 위해 유해가스 배출 없는 핵심 부품들에 투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벤츠는 2018년까지 4개의 전기차 모델로 라인업을 구축한다.
제체 회장은 또한 폭스바겐 디젤 스캔들이 터졌음에도 자동차시장에서 디젤의 인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디젤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낮다”며 유럽 정부의 유해가스 배출 규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인 길”이라고 말했다. 제체 회장은 디젤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은 앞으로도 인기를 유지해나갈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라고 덧붙였다.
스테판 포닉바 BMW i 브랜드 수석은 전기차 보급 확대는 정부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i브랜드는 BMW의 전기차(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등 미래차 개발을 위한 서브 브랜드다. 포닉바 수석은 전기차를 걱정 없이 타려면 주유소만큼 많은 전기차 충전소가 필요하다”며 각국 정부가 인프라 확충에 나서지 않는다면 성공하기 어렵다” 말했다. 그는 노르웨이에서 BMW 순수 전기차 i3는 우리 전체 모델 중 가장 잘 팔린다”며 노르웨이는 정부 차원 전기차 지원이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곳”이라고 덧붙였다. BMW는 이번 모터쇼에서 i브랜드의 전기화 기술을 플래그십 세단(브랜드 대표 세단)인 7시리즈에까지 확장 적용해 발표했다.
한편 현재의 세계적 SUV 선호가 수 년간 지속될 것이며 세단 위주의 슈퍼카 브랜드들마저 시대적 흐름에 편승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로베르토 콜라디 마세라티 제품 개발 수석은 다른 세그먼트는 성장과 역성장을 반복해왔지만 SUV는 매년 8~10%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며 자동차 시장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SUV 라인업을 외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마세라티는 이번 모터쇼에서 브랜드 최초 SUV ‘르반떼를 출시했다. 애스턴마틴 등 다른 슈퍼카 브랜드들도 SUV를 출시할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는 SUV 성장세는 놀라울 정도이기 때문에 모든 경쟁사들이 뛰어들 것이며, 이미 그들이 개발에 착수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대답했다.
롤스로이스는 초고급 세단 브랜드 소유주들도 기사가 운전하는 ‘쇼퍼 드리븐에서 직접 운전하는 ‘오너 드리븐으로 이동해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자일스 테일러 롤스로이스 디자인 총괄은 우리 젊은 고객들은 보다 역동적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한다”며 그들은 롤스로이스 같은 초고급 세단에서도 운전의 재미를 느끼길 원한다”고 말했다. 롤스로이스는 이번 모터쇼에서 스핀오프 브랜드 ‘블랙배지를 최초 공개했다. 블랙배지 모델은 기존 롤스로이스보다 출력과 토크가 크게 높아졌다.
[제네바 =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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