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교보빌딩·GFC·FKI타워…오피스시장 불황에도 ‘공실 제로(0)’ 비결은
입력 2016-03-04 11:17 
GFC

사상 최악의 오피스시장 불황에 어떻게든 임차인을 들이려 렌트프리(1년 중 일정기간 임대료를 받지 않는 것)를 남발하는 오피스 빌딩이 수두룩한 가운데에도 빈 사무실을 찾아보기 힘든 ‘공실 제로(0) 오피스가 눈길을 끈다. 탁월한 입지와 각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빌딩이라는 상징성, 공기질까지 깐깐히 따지는 외국기업도 만족시킬만한 뛰어난 건물관리 시스템, 입주사 근로자 뿐 아니라 유동인구 발길까지 끌어오는 인기 유통매장을 갖춘 것이 비결이다.
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 본사가 있는 광화문 교보빌딩 공실률은 현재 1% 미만이다. 수많은 임차기업이 각기 다른 기간동안 임대계약을 맺는 오피스빌딩 특성상 업계에서는 들고 나는 기업 이사시기가 엇갈려 생기는 자연공실률이 연간 5%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이보다 낮을 경우 사실상 ‘완전 임대로 간주한다. 특히 광화문 교보빌딩은 최근 5년간 지금의 공실률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젠스타 조사에서 광화문을 포함한 도심권 오피스 평균 공실률이 지난달 기준 9.2%로 10%에 육박하는 것과는 비교된다.
강남권에서는 강남 교보타워와 GFC(강남 파이낸스센터), 카이트(KAIT)타워가 평균 공실률 최저 0.5% 수준인 알짜 오피스로 꼽힌다.
여의도 FKI타워(전경련회관)은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전체 빌딩 45%에 달했던 빈 사무실 비중을 LG CNS와 한화건설이라는 우량 임차인 확보에 잇따라 성공하면서 1년도 안돼 5% 아래로 낮추는데 성공했다.

이 곳들의 공통점은 우선 입지가 최상급이라는 것. 교보생명 광화문빌딩이 있는 광화문 사거리는 서울 도심권에서 사실상 최고의 교통·행정 요지로 꼽힌다.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을 낀 강남 교보타워와 2호선 역삼역과 붙어있는 GFC, 테헤란로 중심부 KAIT타워도 입지경쟁력 면에서 다른 오피스 빌딩이 따라오지 못한다.
각각 강북과 강남 대표 입지에 있다보니 임차기업 성격이 빌딩마다 확연히 갈리는 것도 주목된다. 길 하나만 건너면 외교부를 포함한 정부서울청사가 있는 광화문 교보빌딩에는 호주대사관 오스트리아대사관, SBI서울지점 등 외국 대사관과 외국계 금융사들이 입점해있다. 특히 호주대사관은 올해까지 무려 28년간 교보빌딩 임차계약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GFC에는 구글코리아와 이베이코리아, 롤렉스코리아, 피아트&크라이슬러 코리아 등 글로벌 IT기업과 제조사의 한국지사가 몰려있다.
이들 빌딩에는 모두 전문 임대관리회사가 시설유지·보수부터 임차계약과 자산관리까지 도맡고 있다. 체계적인 빌딩 관리 덕택에 입주사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교보생명 광화문빌딩에 입주한 한 글로벌기업은 건물 안 공기에 포함된 유해물질 농도까지 체크할 만큼 깐깐한 조건을 내걸었는데, 이 빌딩 관리를 맡고 있는 교보리얼코는 공조시스템을 철저히 관리하는 전략으로 이 기업을 임차인으로 들일 수 있었다. GFC는 CBRE코리아, FKI타워는 서브원이 관리하고 있다.
맛집과 대형서점 같은 다양한 유통매장을 선보여 입주사 임직원의 만족도를 높이는 전략도 적중했다. 교보빌딩에는 강남·북 최대 규모 서점인 교보문고, GFC 지하에는 수십여곳의 맛집 브랜드가 포진해있다.
이런 비결 덕택에 다소 비싼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입점을 원하는 임차인이 줄을 서 있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교보빌딩은 3.3㎡당 12만원, GFC는 10만원대로 가격만 놓고 보면 서울 최상위권 수준이다. 김민수 교보리얼코LM(임대관리)팀 과장은 공실이 거의 없다보니 굳이 다른 빌딩처럼 파격적인 렌트프리를 내놓는 등 파격적인 임차마케팅을 하지 않는다”며 10년 이상 장기로 입주해 있는 회사도 많은 만큼 새 임차인을 찾기보다 기존 기업 관리에 주력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새로 나오는 오피스 연면적이 지난해보다 60% 늘어난데 따른 ‘공급과잉 현상이 우려되는 만큼 교보타워처럼 공실없는 기존 빌딩과 빈 사무실이 많은 새 빌딩간 시장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태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