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바흐 마니아시라구요? ‘진짜 바흐가 옵니다’
입력 2016-03-03 16:28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1685~1750) 음악의 요체는 신에 대한 감사와 사랑이었다.
어린 나이부터 녹록지 않은 삶을 살아낸 그에게 힘이 되고 위안을 준 존재가 교회였던 점을 떠올리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홉살 때 부모를 잃은 그는 북부 독일의 뤼네부르크 교회 합창단원으로 첫 보금자리를 얻었다. 이곳의 도움을 받아 학교 교육을 마친 후 여러 교회와 궁정악단에서 오르간 연주자 겸 작곡가로 활동하며 음악가로서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이윽고 1723년 독일 라이프치히 성 토마스 교회의 칸토르(음악감독)로 취임한 그는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27년 간 이곳에 머물며 신의 말씀을 전하는 도구로서의 아름다운 음악을 수백여 곡 써내려갔다.
1729년 완성된 ‘마태수난곡은 그런 바흐의 종교음악들 중에서도 오늘날 단연 으뜸의 자리를 차지한다. 성서의 마태복음 26, 27장을 토대로 작곡된 이 작품은 예수 수난의 예언과 체포, 배반자 유다의 이야기와 최후의 만찬, 겟세마네 동산에서의 기도를 다룬 1부와 예수의 재판과 군중의 분노, 빌라도의 고뇌, 골고다 언덕에서의 수난을 그린 2부로 나뉘며 총 78곡으로 이뤄져 있다. 5명 이상의 독창자와 2개의 합창단, 오케스트라가 총동원돼 전곡 연주에만 3시간 이상 소요될 정도로 규모가 방대하며 구성도 복잡한 탓에 ‘마태수난곡 전곡을 한국에서 직접 감상할 수 있는 기회는 드물다.
한국의 바흐 애호가들에게 올 봄은 특별하다. 바흐가 생전 직접 지휘했던 라이프치히 성 토마스합창단이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오는 16일 4년만에 한국을 찾아 그의 종교음악의 정수인 ‘마태수난곡 전곡 연주를 선보일 예정이기 때문이다. 바흐는 생전 자신의 종교음악 대부분을 성 토마스합창단에서 초연했다. 단 하루도 연습을 거르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이들은 바흐 음악의 혼을 묵묵히, 가장 빼어나게 담아내고 있는 단체로 정평이 나있다. 최근 합창단의 17대 음악감독으로 임명된 고톨트 슈바르츠는 성 토마스합창단은 바흐의 작품을 자주 연주하지만 매 연주때마다 음악에 담긴 새로운 메시지를 발견한다”며 우리는 복음이 전하는 교훈과 음악이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게 연결하는 가교로 기능하고 있고, 그의 음악을 대하는 기존의 시각과 새로운 관점 사이에서 균형을 잡도록 늘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주를 맡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는 18세기 중반 창단 초기부터 성 토마스 합창단과 긴밀히 교류해왔다. 근대 낭만주의 거장 멘델스존이 음악감독으로 일했던 곳이기도 하다. 멘델스존은 바흐가 세상을 떠난 후 한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마태수난곡을 초연 100년 만에 직접 다시 무대에 올려 동시대 수많은 청중들의 뜨거운 갈채를 샀다. 공연은 1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5일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02)599-5743.
여기에 더해 동양인 출신으로는 최초로 유럽 본토에서 정상급 ‘바로크음악 스페셜리스트로 인정 받고 있는 거장 마사아키 스즈키의 앙상블 바흐 콜레기움 재팬과 한국의 고음악 단체 바흐 솔리스텐 서울이 26일 합동으로 ‘마태수난곡을 전곡 연주한다. 오는 25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열리는 통영국제음악제 공연의 일환이다. 공연은 경남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 (055)650-0400.
[오신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