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재계 점령했던 ‘삼성’ 명칭이 사라진다
입력 2016-02-29 16:45 

삼성(SAMSUNG) 글짜가 새겨진 푸른색 로고를 붙인 회사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룹 차원의 사업구조 개편이 진행되면서 2010년 이후 모두 10개 회사에서 삼성 문패가 떨어져나갔다.
지난달 29일 삼성정밀화학은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사명을 롯데정밀화학으로 변경했다. 삼성정밀화학이 최대주주인 삼성BP화학도 자체 이사회를 거쳐 롯데BP화학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삼성은 지난해 10월 삼성이 보유한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문과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등을 3조원대에 롯데에 넘긴 바 있다.
이번 사명변경으로 2010년 이후 모두 10개 회사에서 삼성 로고가 사라지게 됐다. 대표적인 것이 2014년 11월 한화그룹에 매각되면서 한화로 문패를 바꿔 단 삼성테크윈과 탈레스 종합화학 토탈 등 4곳이다. 삼성-한화의 ‘빅딜로 인해 매각된 4개사는 삼성이 자동차 이후 계열사를 대거 매각한 첫 사례로 크게 주목받았다.
이에 앞서 LCD 기판유리를 생산하는 삼성코닝정밀소재는 미국의 코닝에 매각되면서 코닝정밀소재로 이름이 바뀌었다. 삼성석유화학과 삼성SNS는 각각 삼성종합화학, 삼성SDS에 흡수합병되면서 회사가 없어졌으며, 삼성에버랜드는 제일모직과 합병되면서 회사 이름이 사라졌다. 제일모직 또한 지난해 삼성물산과의 합병으로 1954년 이후 60년 이상 지켜온 이름이 없어지게 됐다.

회사 매각으로 사명이 바뀌면서 복잡한 문제도 생겼다. 한화테크윈이 보안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데 이 분야에서 ‘초짜인 한화 입장에서는 삼성의 후광이 절실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은 내년까지 한화테크윈의 보안 관련 제품에 삼성 로고를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자신과 무관한 회사가 로고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삼성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제품에 하자가 발생할 경우 소비자들은 한화가 아닌 삼성에 대해 불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감수하고도 삼성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빅딜에 응한 한화에 대한 작은 배려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잇따른 회사 매각으로 삼성그룹 내 계열사는 재단 등 무수익 계열사를 제외하면 2000년대 초반 40여개에서 23개로 쪼그라들었다. 2010년 이후 창립된 회사 4곳이 없었다면 20개를 유지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은 삼성코닝정밀소재 매각에 앞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판유리 생산을 위한 삼성코닝어드밴스드글라스를 2012년에 코닝과 합작으로 새로 설립했다. 또 바이오 사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삼성바이오로지스 등 두 곳을 잇달아 세웠다. 여기에 옛 삼성에버랜드에서 외식 사업 부문을 따로 떼어내어 2013년에 삼성웰스토리를 만들었다.
삼성은 현재 광고대행사인 제일기획을 세계 3위 광고사인 프랑스 퍼블리시스에 매각하는 방안을 협상중에 있다. 또 증권가에서는 삼성카드와 에스원 삼성웰스토리 등에 대한 매각 소식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조만간 전체 계열사 숫자가 10개 후반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삼성 계열사의 감소로 매년 3월 치르는 정기주주총회 날짜도 하루로 좁혀졌다. 상장 계열사 9곳이 모두 내달 11일에 주총을 치르는 것이다. 과거에는 전자 화학 중공업·건설 금융 등 사업영역별로 상장 계열사를 묶어 2~3개 날짜에 나눠 주총을 치렀었다.
삼성그룹 전체 매출과 임직원 숫자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2014년까지 공시된 삼성그룹 매출액은 302조원, 총자산은 623조원, 임직원 숫자는 51만2000명에 달했다. 최근 경기 둔화와 계열사 매각 등을 감안할 때 지난해 매출액은 300조원에 못 미치고, 임직원 숫자도 50만명에 미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삼성정밀화학은 사명 변경과 함께 오성엽 전 롯데케미칼 지원본부장(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오 신임 대표는 호남석유화학으로 입사해 롯데케미칼 기획부문장 등을 역임하며 폭넓은 경험을 갖춘 화학분야 전문경영인이라는 것이 롯데 측 평가다.
[이승훈 기자 / 윤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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