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3조 키코 피해` 국내선 은행 손 들어줘
입력 2016-02-28 18:05  | 수정 2016-02-29 18:57
키코(KIKO)란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한 환헤지 상품으로 2007년께 주로 팔렸다. '녹인, 녹아웃(Knock-In, Knock-Out)'이라는 영문 첫 글자를 따온 것으로 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미리 약정한 환율에 약정금액을 팔 수 있도록 한 파생금융상품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달러 대비 원화값 상승에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해 중소기업들이 상당수 가입했다. 하지만 2008년 4월부터 5월 사이 원화값이 급락하면서 은행과 키코 계약을 맺은 중소기업들이 수조원대 손실을 입었다.
특히 원화값이 내릴 때는 은행이 이익을 보고 원화값이 오를 땐 기업이 이익을 보는 구조인데 환율이 약정된 일정 범위를 벗어날 땐 기업만 손해를 보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원화값이 급락하면 기업은 약정 금액의 2배 이상의 달러를 약정 환율에 은행에 팔아야 한다.
2009년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 당시 2008년 8월부터 1년간 국내 기업이 입은 피해액은 3조3528억원에 달했는데 이 중 중소기업 피해액이 2조4000억원으로 전체의 72%에 달했다.

피해 기업들은 은행들이 키코의 옵션 행사에 필요한 가격 산정에서 은행이 이를 공정하게 책정하지 않았다며 사기 혐의와 아울러 불공정계약임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은행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씨티그룹이 2007년 12월부터 2013년 1월까지 런던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을 조작한 것을 미국 법무부가 지난해 5월 밝혀내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불완전판매와 달리 환율조작은 사기 행위에 속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를 씨티그룹이 인정하고 925만 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동의한 바 있다. 다만 키코 추가 소송을 위해서는 씨티그룹의 환율조작이 원·달러 환율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앤배의 김봉준 변호사는 "글로벌 은행들이 환율조작을 하던 시점에 환율과 연계된 파생상품을 판 행위를 항소심에서 부각시킨 게 주효했다"고 전했다.
[김효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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