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검찰로 넘어간 엘리엇의 삼성물산 주식 파킹의혹
입력 2016-02-24 17:46  | 수정 2016-02-24 19:57
금융감독원이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삼성물산 주식 '5%룰' 공시 위반 사건을 24일 검찰에 통보했다. 금감원이 지난해 9월부터 무려 6개월 동안 엘리엇과 외국계 투자은행(IB) 간 맺은 '총수익스왑(TRS)' 계약의 불법성을 조사했으나 파킹 거래를 했다는 명확한 입증을 하지 못하고 결국 검찰 손으로 넘긴 셈이다. 검찰은 압수수색, 이메일 및 통화 내역 확인 등 강제조사권을 통해 엘리엇과 IB 간 불법 지분 매매 이면계약이 있었는지 여부를 따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이날 2016년 제4차 정례회의를 열고 엘리엇이 지난해 6월 삼성물산 관련 5%룰 공시 규정을 위반한 혐의에 대해 검찰 통보를 최종 결정했다. 5%룰은 자본시장법 제147조에 의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5일 이내에 지분 보유 현황을 공시해야 한다'는 공시 의무를 말한다.
금감원 조사 결과를 따라 사건을 재구성해보면 엘리엇은 지난해 초부터 6월 2일까지 시장에서 삼성물산 주식 4.95%를 사들였다. 개별 투자자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5%를 넘기면 보유 사실을 공시해야 하는 5%룰에 걸리지 않는 범위 안에서 최대 한도로 은밀하게 지분을 사들인 것이다.
엘리엇은 6월 3일 삼성물산 지분 2.17%를 추가로 획득했다. 이어 이튿날인 6월 4일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 중이라고 공시했다. 엘리엇은 이날 국내 홍보대행사인 뉴스컴을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 주주 입장에서 불리하다며 합병안에 반대한다는 의견도 공개적으로 알렸다. 시장 관심은 엘리엇이 어떻게 6월 3일 단 하루 만에 삼성물산 지분 2.17%를 시장에서 사들일 수 있었는지에 쏠렸다. 이날 전체 삼성물산 매수 거래(417만3630주) 중 81%를 엘리엇이 차지했다.

금감원은 엘리엇이 추가 확보한 지분 2.17% 가운데 대부분을 TRS 계약을 맺었던 메릴린치 씨티 크레디트스위스 노무라 맥쿼리 등 외국계 IB 10여 곳에서 가져온 것으로 파악했다. 엘리엇의 한국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넥서스에서 엘리엇과 IB들이 맺은 TRS 계약서를 확보했다. 하지만 확보된 계약서에서 엘리엇이 요청하면 TRS 계약을 통해 IB들이 보유 중인 지분을 넘겨받는다는 내용은 확인하지 못했다.
TRS는 본래 투자자가 보유 현금 이상으로 레버리지를 일으켜 초과 수익을 추구할 목적으로 증권사에 수수료를 주고 특정 주식을 사고팔도록 의뢰하는 형태의 파생상품이다. 다만 매수 의뢰한 주식의 의결권과 보고 의무는 증권사에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헤지펀드가 적대적 인수·합병(M&A)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엘리엇과 외국계 IB 간 이면계약을 통해 지분 매매를 사전에 약속했는지 여부를 입증하는 것이 앞으로 검찰 수사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엘리엇이 제출한 문건은 공식 계약서이고 지분 매매 등에 관한 특약 조항이 들어 있는 이면 계약서가 따로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며 "엘리엇 본사와 홍콩 법인, 한국 측 대리인 간에 주고받은 이메일과 통화 내용을 검찰에서 추가로 조사해 뚜렷한 불법 증거를 찾아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용어 설명>
▷ 총수익스왑(TRS) : 투자자가 계약자인 증권사에 차입(레버리지)을 일으켜 특정 주식을 대신 사달라고 주문하면서 수수료를 주는 대신 매매에 따른 손익은 투자자가 가져가는 파생상품이다. 해당 주식의 의결권과 보유 사실 보고 의무는 투자자가 아닌 계약자에게 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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