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사 주식수수료 인하 2차전쟁
입력 2016-02-24 17:43  | 수정 2016-02-24 19:59
증권사 계좌를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비대면 계좌 개설 도입을 계기로 증권사들이 앞다퉈 모바일 주식 거래 수수료를 면제하는 '치킨게임'을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 키움증권이 촉발했던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수수료 인하전이 이제는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소비자들이야 당장은 '공짜'여서 좋지만 증권업계는 '제 살 깎아먹기'로 인한 수익 생태계 유지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가 비대면 계좌를 개설한 고객에 대해 3~5년간 MTS 주식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3월 초 비대면 계좌 개설 서비스를 시작하는 현대증권도 비대면 계좌를 계설한 신규 고객에 대해 5년간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오프라인 거래 시 0.5%(100만원 기준), HTS나 MTS 거래 때는 0.1~0.15%가량을 거두던 수수료를 포기한 것이다.
지난 18일 삼성증권이 비대면 계좌 서비스 발표 때 모바일 거래 고객에게 수수료를 선제적으로 면제하면서 다른 증권사들도 어쩔 수 없이 수수료를 낮춰야 하는 상황이 됐다. A증권사 관계자는 "한 곳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면 다른 곳은 따라가야 현상 유지라도 할 수 있다.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선 브로커리지 수수료 손해는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증권사 지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계좌를 만들 수 있는 비대면 계좌의 속성상 수수료 인하 압력은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과거엔 지점에 직접 가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한 증권사 계좌를 계속 썼다면 이젠 간단한 본인 인증으로 10분 만에 집에서도 계좌를 만들 수 있다. 계좌 개설 절차나 보안성은 증권사마다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고객들은 가장 낮은 수수료를 제시하는 곳에 몰릴 수밖에 없다. 특히 신규 고객에게만 무료 혜택이 가기 때문에 이미 증권계좌가 있는 고객들도 비대면으로 새로 계좌를 만드는 게 이익이다. 가령 NH투자증권 MTS를 계속 사용하던 고객도 신한금융투자 계좌를 비대면으로 만들고 MTS 애플리케이션을 깔면 수수료 없이 거래할 수 있다. 사실상 증권계좌에서도 '계좌이동제'가 도입돼 경쟁사 고객 빼앗아오기가 시작된 것이다.
증권사들이 MTS 거래 수수료까지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서 브로커리지 수익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B증권사 관계자는 "기존 0.15% 정도 받던 수수료를 포기하는 것은 수익을 깎아먹는 출혈경쟁"이라면서도 "주식 관련 브로커리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우니 다른 금융상품 판매나 자산관리 수익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을 아꼈다.
수수료를 없앤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은 증권사에는 부담이지만 투자자는 당장 높아진 투자수익률로 이득을 볼 수 있다.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회전율(평균 자산 대비 매매대금) 2000% 이상인 단타 고객의 투자수익률은 거래 수수료와 세금 때문에 -18%로 매우 낮게 나왔다. 만약 비대면 계좌 개설 고객들이 증권거래세까지 면제되는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를 하면 거래 비용 부담은 전혀 없다.
그러나 증권사의 수익성 저하는 장기적으로 볼 때 비용 절감을 위한 직원 줄이기로 이어지면서 고객 서비스 질 저하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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