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히스패닉 많은 네바다에서도 이겼다
입력 2016-02-24 16:27  | 수정 2016-02-25 16:38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뉴햄프셔,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이어 네바다에서도 압승하며 3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23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4차 경선지인 네바다 코커스에서 트럼프는 46%대 득표로 압승했다. 마르코 루비오가 24%로 2위, 테드 크루즈가 20%로 3위를 기록했다. 승리 소식을 접한 트럼프는 이날 라스베이거스 선거운동본부를 찾아 지지자들을 향해 앞으로 놀라운 두 달이 기다리고 있다”며 경선 최종 승리를 자신했다.
트럼프는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2위에 그친뒤 이후 3연승을 이어가며 공화당 대선후보 지명에 한층 더 다가섰다. 특히 북부 뉴햄프셔와 남부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이어 서부 네바다에서도 고른 지지를 확인하며 대세론을 확고히 했다.
네바다는 히스패닉 인구 비율이 28%에 달해 미국 전체 평균(17%)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지역이다. 트럼프가 멕시코 이민자들을 범죄자와 성폭행범에 비유, 멕시코에서 넘어오는 불법 이민자 차단을 위해 국경에 장벽을 설치해야 한다는 등 강경한 발언을 해온 탓에 네바다에서는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지만 이를 보기 좋게 불식시켰다. 2, 3위 후보인 마르코 루비오와 테드 크루즈가 쿠바계 이민자 가정 출신이어서 히스패닉 표심이 루비오나 크루즈에게 몰릴 것이라는 예상도 빗나갔다.

트럼프에 대한 여론 지지가 거품이 아니라는 점이 속속 확인되면서 트럼프를 못마땅해 하던 공화당 지도부 기류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 경선 초기에는 공화당 주류 표심이 존 케이식, 젭 부시, 마이크 허커비, 크리스 크리스티 등 여러 후보에 분산된 탓에 트럼프가 선전했다고 치부했다. 하지만 젭 부시가 경선 포기를 선언하는 등 후보들이 정리된 이후에도 트럼프 지지가 압도적 우위를 유지하자 이제는 트럼프를 공화당 후보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는 누가 후보가 되더라도 함께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당대회를 주관하는 공화당 전국위원회도 누가 선택되더라도 지지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한때 언급되던 중재 전당대회 개최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중재 전당대회는 특정 후보가 과반을 얻지 못할 경우, 당 지도부가 중재에 나서 후보를 결정하는 것으로 트럼프 대선후보 지명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거론돼 왔다.
네바다 경선에서 루비오의 선전이 눈에 띄었지만 아직은 트럼프를 꺾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루비오는 네바다를 지역구로 둔 딘 헬러 상원의원과 마크 아모데이 하원의원의 공개 지지선언에 힘입어 이날 네바다 경선에서 20%대 중반 득표율로 테드 크루즈를 앞섰다. 하지만 1위 트럼프와는 여전히 20%포인트 이상 격차를 보이고 있어 아직까지는 트럼프 대항마로서 입지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 정치권의 관심은 내달 1일 10여개주 경선이 동시에 치러지는 ‘수퍼 화요일에 집중되고 있다. 수퍼 화요일 경선을 마치면 공화당은 전체 유권자의 30% 이상이 투표를 마치게 된다. 트럼프가 수퍼 화요일까지 승리를 이어간다면 사실상 공화당 경선에서 승리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공화당 후보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전국 지지율은 여전히 트럼프가 30%대 중반으로 앞서 있다. 다만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후보 사퇴 이후 전국 각지에서 답지하고 있는 공개 지지선언에 힘입어 루비오가 트럼프 상승세를 꺾는다면 최종 승부는 3월 15일 ‘미니 수퍼 화요일로 한번 더 미뤄지게 된다. 미니 수퍼 화요일에는 6개 주에서 경선이 동시에 치러진다. 기독교세가 강한 앨라배마, 아칸소, 조지아, 테네시, 텍사스 경선에서 남부 침례교인인 크루즈가 얼마나 선전할 지도 남은 변수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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