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연출가 황정민, 뮤지컬 ‘오케피’로 보는 가능성과 한계
입력 2016-02-24 09:14 
[MBN스타 금빛나 기자] 배우 황정민이 아닌 뮤지컬 연출가 황정민의 첫 데뷔 작품 뮤지컬 ‘오케피가 어느덧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있다. 제작기간만 무려 5년, 공연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오케피의 모든 것을 진두지휘하며 정면에 나선 황정민이지만, 연출가로서의 성적은 가능성과 한계를 모두 보여준 ‘절반의 성공에 가깝다.

황정민과 ‘오케피의 인연은 2008년 연극 ‘웃음의 대학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웃음의 대학에 출연하고 있었던 황정민은 극의 작가인 미타니 코기로부터 ‘오케피에 대해 알게 됐고, 흥미가 생긴 그는 대본과 DVD를 직접 구하게 된다. 대본과 DVD를 보면서 이 작품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할 정도로 ‘오케피에 매료된 황정민은 2010년부터 본격적인 제작에 나섰고, 내용 다듬기를 거듭한 끝에 2015년 12월 마침내 관객 앞에 선보이게 된다.

‘오케피는 결코 만만한 극이 아니었다. 방대한 원작의 분량을 170분으로 압축시켜야 했으며, 정적인 무대보다는 화려한 쇼 뮤지컬을 좋아하는 한국 관객들에 맞춰 각색할 필요도 있었기 때문이다. 대본 각색이라는 1차 난관에 빠진 황정민은 반복되는 대사와 내용을 빼는 대신, 대신 그 자리에 역동적인 배우들의 움직임을 더하면서 한층 생동감 있는 ‘오케피가 될 수 있도록 꾀했다. 이 같은 황정민의 생각은 회전무대를 통해 더욱 잘 드러났다. ‘오케피를 보고 ‘연극이야 뮤지컬이야라는 이야기를 할까 제일 겁이 났다”고 말했던 황정민은 회전무대를 통한 무대전환으로 볼거리를 더욱 높인 것이다.

‘오케피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주인공이 없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없다고 하기보다는 모두가 주인공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화려한 캐스팅으로 눈길을 모았던 ‘오케피는 뮤지컬 오케스트라 단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나갔고, 덕분에 ‘오케피 무대에 오르는 배우들 모두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골고루 빛날 수 있었다. 이는 배우 출신인 황정민이 연출을 맡으면서 얻을 수 있는 효과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전배우 주인공화는 부작용을 불러왔다. 모두의 이야기가 부각되다보니 극이 전체적으로 산만해진 것이다. 현재 ‘오케피의 가장 큰 아쉬움으로 지적되는 부분이 바로 스토리다. 각각의 이야기를 어우를 수 있는 큰 사건이 없다보니 관객들은 누구에게 감정을 이입해야 할지 혼동을 느끼고, 감정이입이 이뤄지지 않아 공감이 되지 않다보니 지루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이야기 외에 다른 스토리가 없다보니 극중 간간히 터지는 유머코드도 겉도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인터미션이 끝나고 진행되는 2막 오프닝 ‘우리는 원숭이들이 아니야 넘버의 경우 익살스러운 대사와 행동으로 웃음이 터지기는 하지만 극의 내용과는 따로 노는 터라 객석에서는 ‘왜 이 노래를 부르는 거지?라는 의문만이 남는다.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있는 ‘오케피이지만, 그렇다고 황정민이 연출가로서 역량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황정민에게 있어 선배배우이자 ‘오케피의 출연진인 송영창은 ‘연출가 황정민에 대해 본인은 녹음해둔 걸 틀어놓고 연습하고 배우들이 오면 배우들을 연습시켰다. 카리스마와 코믹스런 모습을 모두 잘 짜놓은 완벽한 연출가”라고 평했다. 송영창 뿐 아니라 다른 배우들 역시 황정민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비록 절반의 성공이지만 공연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만큼 공연 제작에 대한 그의 도전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언젠가 창작뮤지컬을 올리는게 목표라고 말한 황정민은 ”제대로 된 창작품 해보고 싶다. ‘오케피를 올리기까지 5년 걸렸으니, 창작품을 올리기까지 5년이라는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싶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연출가로서 그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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