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알고 탑시다] 현대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막 달려도` 디젤 연비
입력 2016-02-22 11:10 

솔직히 말하면 연비 테스트는 지겹다. 2010년대 들어서 친환경 자동차가 대두되면서 시승행사는 연비 경연장으로 변했다.
자동차 평가지표는 연비, 주행성능, 정숙성, 안전성, 실용성 등으로 다양하지만 연비 지상주의가 시승행사를 주도하고 있다. 연비보다는 주행성능이나 실용성이 더 중요한 차종에서도 연비 테스트가 열릴 정도였다.
연비 경연장이 된 시승행사에서는 참가자들이 극도로 얌전해진다. 평소 주행습관은 사라진다. 실력을 뽐내고 싶은 욕심에 왕복 4차선 도로에서 경운기 뒤를 따라가는 참가자를 본 적이 있을 정도다.
주유구를 봉인하고 자유롭게 주행하는 연비 경연장에서는 트렁크에 있는 임시 타이어는 물론 좌석까지 떼 낸 참가자도 있었다. 당연히 실 연비는 공인 연비를 훨씬 상회하고 업체는 이를 홍보에 적극 활용했다.

현대가 만든 친환경차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시승행사도 연비 테스트 방식으로 진행됐다. 물론 연비가 장점인 하이브리드카이니 당연했지만 주최 측 의도대로 하긴 싫었다.
하이브리드카이지만 ‘달리는 맛도 강화했다는 게 현대차 설명이니 연비보다는 주행성능을 평가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뛰어난 연비 성적을 거둘 참가자들이 많을 테니 어정쩡하게 동참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한몫했다. 다행히 동승한 참가자도 갑갑한 운전은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 동의했다.
시승에 앞서 차를 찬찬히 둘러봤다. 첫 느낌은 ‘순수였다. 화이트 컬러에 블랙으로 포인트를 주고 공기 흐름을 형상화해 다듬은 외관은 깔끔했다.
앞모습은 미래지향적으로 해석한 헥사고날 그릴과 HID 헤드램프를 블랙 컬러 소재로 감싸 단정했다. 옆에서 보면 공기 흐름대로 부드럽게 흘러가는 실루엣이 정제된 느낌을 줬다.
뒷모습은 해치백이나 왜건처럼 엉덩이가 솟아올랐다. 자칫 둔해 보일 수 있는 모습이었지만 균일하지 않은 공기 흐름으로 발생하는 저항을 줄이고 다운포스를 강화한 리어 스포일러, C자형 리어 콤비램프, 차량 하부 언더커버로 역동성을 보완했다.
실내 디자인의 경우 길고 슬림한 대시보드로 넓은 공간감을 구현했다. 조작 부분은 인간공학적으로 편리하게 정돈했다. 송풍구, 모니터 등 실내 주요 부분에 블루 포인트 컬러를 넣어 친환경 이미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세련미도 추구했다.
트렁크는 하이브리드카라는 점을 감안하면 넉넉한 편이었다. 적재 용량은 동급 최대 수준인 750ℓ다. 6대4 뒷좌석 폴딩시트를 채택해 수납 능력을 향상했다.
시승차에 앉아 안전띠를 맸다. 스포츠 감성을 갖춘 세미 버킷 시트가 몸을 감쌌다. 시동을 걸었지만 조용했다. 하이브리드카이니 당연했다. 센터페시아 하단 트레이에 갤럭시 S6 엣지를 놓자 무선으로 충전됐다.
스포츠세단에서 주로 사용하는 D컷 스티어링휠은 잡는 느낌이 묵직했다. 연비를 최우선 가치로 둔 하이브리드카지만 스포츠 성능도 강화했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저속에서는 전기모터가 주행을 책임져 부드럽고 조용하게 출발했다. 자동차전용도로에 들어선 뒤 기어노브를 왼쪽으로 옮겨 스포츠 모드로 변경한 뒤 가속페달을 힘껏 밟았다. 계기판이 붉게 물들면서 RPM 게이지가 나타났다. 드라이브 모드별로 색상이 바뀌는 듀얼모드 버추얼 클러스터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속도를 높이자 바람이 차체에 부딪치는 소리, 도로 바닥에서 올라오는 소리, 가솔린 엔진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귀에 거슬리지는 않았고, 가솔린 차보다는 정숙했다.
윈드실드 글라스 이중접합 차음 유리, 차체 흡·차음제 최적화, 소음 차폐구조 개선 등으로 소음·진동을 줄인 결과다.
6단 듀얼 클러치(DCT)는 변속충격을 줄여주면서 편안한 승차감과 빠른 가속력에 힘을 보탰다. 전반적으로 승차감과 주행성능은 준중형 세단에 버금갔다. 하이브리드카는 지루하다는 선입견은 아이오닉에 해당되지 않았다.
방향지시등을 조작하지 않고 차선을 벗어날 경우 경고하는 차선이탈 경보시스템, 사각지대 차량이나 뒤쪽에서 오는 차량을 인지해 경고하는 스마트 후측방 경보시스템이 작동할 때는 심리적 안정감이 들었다.
50km를 달린 뒤 측정한 연비는 18.5km/ℓ로 나왔다. 스포츠 모드를 주로 사용하고 고속주행, 급출발과 급가속을 반복하는 등 평소보다 과격하게 차를 몰았지만 친환경 디젤차 공인연비에 맞먹는 연비 성능을 발휘한 셈이다. 연비 주행한 참가자 대부분은 공인연비 22.4km/ℓ를 뛰어넘어 24~27km/ℓ를 기록했다. 가격은 2289만~2721만원이다.
[디지털뉴스국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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