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산업규제 민원 창구 이미 3개 있는데 신설…다시 `옥상옥` 조직
입력 2016-02-21 16:14 

인천공단에서 기계부품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박수형 사장(42·가칭)은 IT를 활용한 스마트카 기술개발과 관련한 규제 완화를 요청하면서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중소기업청에 모두 민원 요청서를 제출했다. 산업융합옴부즈만은 산업통상자원부가, ICT신문고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중기옴부즈만은 중소기업청이 운영하고 있어 세 곳의 민원 해결 절차가 ‘따로 따로이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규제 완화 건의를 어디에 해야 할지 여전히 헷갈린다”며 정부가 규제완화를 위해 주력하고 있지만 이를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인 보완책부터 만들어 주는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산업융합기술이 ICT에 몰려있어 산업부와 미래부 규제 개선 업무가 중복된다는 지적을 받자 지난해 두 부처가 공동으로 이를 해결해보자는 취지의 ‘지침도 만들었다. 하지만 규제 관련 민원 요청 절차는 여전히 별도로 운영되면서 일선 기업 현장에서는 애로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부가 국민을 위한 규제개혁을 한다지만 정작 국민들은 더 헷갈리도록 비슷비슷한 규제개혁 조직만 늘린 결과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존 조직은 그대로 둔 채 비슷한 일을 하는 새 조직을 만드는 ‘자기복제 관행이 규제개혁 분야에서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산업융합옴부즈만은 스마트카같은 산업융합과 관련한 기업 애로사항을 처리하기 위해 MB정부 시절인 2012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에 만들어졌다. 그런데 작년에 미래창조과학부 산하에 비슷한 일을 하는 ICT규제개선 점검단이 생겨났다. 각각의 존재 이유에 대해 산업부는 융합기술 제품이 시장에서 겪는 애로와 장애를 위해 힘쓴다”고, 미래부는 ICT 융합산업 활성화를 위해 불합리한 규제와 제도를 개선해 나간다”고 밝히고 있다. 융합산업을 위한 규제개선에 나선다지만 정작 규제개선 조직은 융합에 실패한 모양새다.
게다가 이번에 정부가 신설하기로 발표한 신산업투자위원회는 산업부의 산업옴부즈만의 자기복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발표는 했지만 근거법을 어떻게 만들지, 소속을 대통령 직속으로 할 지 산업부 산하로 할 지도 결정되지 않았다. 특히 정부는 이미 신산업 분야 규제개혁 역할이 중복된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번 발표 전에는 해결을 위한 고민을 전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직 신설에 관여했던 정부 관계자는 신산업투자위가 기존 규제해소 조직들을 통합하는 형태가 될지는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며 대통령 발표라 3월까지 결과를 내야해서 중복 문제는 협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규제개혁과 관련한 법안마저도 점점 컨트롤타워없이 우후죽순 생겨난다는 비판도 있다.
2년전 국회에 상정된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은 2014년 7월부터 시범실시중인 규제비용총량제를 본격적으로 실시하고 경제적 규제에 대해 원칙허용·예외금지(네거티브) 방식을 우선고려하고 규제일몰제(원칙 5년, 재검토 3년)를 강화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작년말 정부가 발표해 올해 상반기 입법을 추진중인 가칭 규제프리존특별법은 시도별로 규제프리존을 설정해 네거티브 방식 규제를 하도록 돼 있다. 또 신설되는 신산업투자위원회를 규정하기 위해 또다시 네거티브 방식 규제를 담은 법안이 등장할 전망이다. [조시영 기자 / 장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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