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6.6%라는 ‘깜짝 경제성장을 달성해 ‘부활한 켈틱호랑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아일랜드경제가 최대 난관을 만났다.
집권여당이 오는 26일 총선에서 과반의석 획득을 하지못해 지난해 말 스페인·포르투갈처럼 실각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경제부활엔 성공했지만 독일 등이 주요한 유럽연합(EU)의 오랜 긴축 정책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된 탓이다.
그리스·스페인·포르투갈에 이어 아일랜드마저 ‘반긴축연대로 돌아설 경우 유럽 정치·경제지형에 여파도 상당해 보인다.
현재 매체인 아이리쉬타임즈 등에 따르면 현지 여론조사기관이 최근 정당별 총선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통일아일랜드 당이 28.2%, 노동당이 8%, 중도우파 공화당이 19.3%, 급진좌파 신페인당이 18.3%, 무소속 및 기타가 26.2% 등으로 나타났다.
집권여당인 통일아일랜드 당은 지난 총선에서 가장 많은 75석을(득표율 36.1%) 확보한 뒤 35석을 차지한 제2당인 노동당(득표율 19.45%)과 연정을 구성해 현재 전체 166명인 하원의 과반 의석을 확보해 국정을 운영 중이다.
통일아일랜드 당이 지지율에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문제는 과반에 턱없이 못미치고 있다는 것. 과반 의석 확보를 위해선 최소 44% 이상 지지율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선거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통일아일랜드당 소속 엔다 케니 아일랜드 총리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결코 포르투갈처럼 되서는 안된다. 그러면 지금까지 모든 일이 물거품이 된다”며 국민과 정치권에 지지를 호소했다.
지난해 말 총선을 실시한 포르투갈은 우파연합이 총선에 승리한 뒤에도 좌파3당 연합으로 실각했다. 좌파 연정 대표인 안토니우 코스타 총리가 부임 즉시 전면적인 긴축 폐기를 선언했다. 스페인은 총선에서 과반수 확보에 실패후 3개월 째 무정부 상태가 이어지면서 경제혼란이 커지고 있다. 케니 총리의 말은 이런 사태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4년 전 56%에 달하던 연정지지율이 곤두박질 친 것은 스페인·포르투갈과 별반 다르지 않다. 집권여당이 경제회복을 드라이브했고 구제금융을 졸업시킨 공로는 인정하지만 오랜긴축에 국민들의 반감이 커졌다.
임금은 지난 2008년 대비 15%가 떨어지고 50만명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떠났다. 정부가 무상으로 공급하던 수돗물을 유상으로 전환한데 대해 서민층 불만이 가득하다. 특히 캐니 총리는 지난 12월 사상 초유의 홍수가 아일랜드를 덮쳤을 때 그간 재정을 아끼느라 재난대비를 하지 못하고 대처 또한 늦었다는 비판의 중심에 섰다.
이런 틈을 급진좌파 야당인 신페인당이 파고들고 있다. 게리 애덤스 신페인당 대표는 여당의 경제회복은 기업들만 살찌게 하고 약자인 노동자들에게 ‘희생만 강요한 것”이라며 야권 연합을 추진 중이다. 지난 2011년 총선에서 9.94%에 득표에 그쳤던 신페인당은 최근 여론조사서 지지율이 2배로 ‘껑충 뛰었다는 점은 이런 목소리가 국민들에게 먹혀들고 있다는 방증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 유권자의 39% 가량이 복지지출을 정책우선 목표로 삼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당이 맞설수 있는 확실한 카드는 지난 정권이었던 공화당과 연대하는 것이다. 문제는 공화당이 5년전 금융위기를 초래한 정당이라는 오명을 달고 있기 때문에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양당 대표 모두 연대가능성을 부정하고 있다.
여당이 과반수 확보에 실패해 실각하거나 좌파연정이 들어서면 긴축을 폐기하고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수세에 몰린 케니 총리 역시 복지급여 주당 20유로 증액, 공적 연금 주당 25유로 증액, 시간당 최저임금 인상 등의 ‘포퓰리즘 공약을 급히 꺼내들었을 정도다.
문제는 아일랜드 경제가 급속한 회복세를 보였지만 아직 불안요소가 많다는 것이다. 청년실업률은 20%에 가깝고 여전히 GDP 대비 부채비율이 100%에 이른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작년 9월 아일랜드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하면서도 차기 정부가 본질적으로 다른 재정정책으로 돌아선다면 신용등급을 다시 떨어뜨릴수 있다”고 경고한 이유다.
[이지용 기자 /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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