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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銀·삼성카드 제휴…인터넷은행發 금융빅뱅 시작
입력 2016-02-17 17:51  | 수정 2016-02-17 19:48
■ 은행·전업카드사 '생존위한 짝짓기' 신호탄
한국SC은행과 삼성카드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손잡고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국내영업 경쟁력을 회복하려는 박종복 한국SC은행장의 의지와 새 영업 통로를 확보하려는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의 전략이 맞아떨어지면서 양사가 제휴에 나선 것이다. 은행과 전업카드사가 영업을 위해 손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은행권에서 메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앞두고 이 같은 이종 업종 간 '합종연횡'과 혁신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SC은행과 삼성카드는 17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은행·전업카드사 간 처음으로 포괄적 업무제휴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협약식에서 양사는 향후 제휴상품 개발과 영업망 상호 이용, 공동 마케팅 등에 협업하기로 합의했다. 먼저 양사가 함께 만든 신용카드와 체크카드가 4월 중순께 출시될 예정이다.
양사는 한국SC은행이 신세계와 제휴해 개설한 신세계백화점 및 이마트 내 미니점포 '뱅크샵' '뱅크데스크'에서 공동부스를 운영할 예정이다. 공동부스에서는 모바일카드 발급, 모바일 중금리 대출 등을 포함한 각종 핀테크 상품을 판매한다.
해외 진출에도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안은 없지만 SC은행 글로벌 지점에서 양사가 개발한 제휴카드를 발급하는 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협약은 은행·카드업계의 수익성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양사의 요구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SC은행은 SC그룹 내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영업점과 인력이 크게 줄어들면서 영업 기반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카드업계도 영세·중소가맹점 수수료 인하 조치에 따라 올해 이익이 6700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핀테크업체, 인터넷전문은행 등 결제시장에 등장한 새 경쟁자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특히 삼성카드는 전업카드사로 은행이 운영하는 카드사들에 비해 영업망 측면에서도 열세다.
이번 제휴를 통해 양측 모두 큰 시너지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먼저 한국SC은행은 삼성카드가 축적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다른 은행과 차별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삼성카드는 현재 976만명에 달하는 카드 사용 고객을 총 7개 고객군으로 묶어서 관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카드2'를 사용하는 고객은 대부분 젊은 층으로 이들이 가진 소비 성향이나 상품 선호도가 모두 빅데이터로 쌓여 있다. 한국SC은행은 이를 활용해 고객 성향에 맞춘 예·적금, 대출 등 금융상품을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카드 입장에서도 한국SC은행 250개 점포를 활용해 안정적으로 우량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영업채널을 확보했다. 카드 모집인에 의존해온 기존 오프라인 모집 방식에 비해 회원 유치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은행 창구를 활용한 대출상품 판매에 대한 기대도 크다. 삼성카드는 기존 현금서비스나 카드론과는 다른 중금리 신용대출상품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다. 신용등급이 5·6등급으로 낮아 은행 대출을 받기 힘든 한국SC은행 고객들은 창구에서 손쉽게 삼성카드의 중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박종복 행장은 "이번 협약은 업종 간 경계를 넘어 침체된 금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신시장 개척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지난해 신세계에 이어 올해에는 삼성카드와 제휴를 맺으면서 보다 차별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등장 이후 중금리 대출 시장과 카드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존 카드사들의 수익성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은행 등 다른 업종과 협업하는 사례가 계속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성 기자 / 김효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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