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연성 없는 사건-사고 잦다...사람에 관한 관심이 있었으면 이런 일 일어나지 않았을 것"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우리 대사에도 나오지만 21세기에 노예라니 너무 충격적이었다. '사람에 관한 관심이 좀 더 있었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에 감독으로서 질문을 던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난 2014년 전남 신안군의 한 섬에서 13년간 '염전노예'로 살았던 지적장애 2급인 김모씨 사건은 대한민국에 충격을 안겼다. 딸을 유린한 성폭행범을 40일간의 추적 끝에 자신의 손으로 직접 잡은 엄마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공정사회'로 각종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이지승 감독이 이 이야기를 모티프로 영화를 만들었다. '섬. 사라진 사람들'이다.
영화는 염전노예사건 관련자가 전원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소식과 함께 유일한 생존자이자 목격자인 공정뉴스TV 이혜리 기자(박효주)가 혼수상태에 빠지고 사건 현장을 모두 담은 취재용 카메라 역시 종적을 알 수 없이 사라져 미궁 속에 빠진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았다. 감독의 상상을 가미해 염전 노예사건을 변주하고 비틀었다.
이지승 감독은 15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 '섬. 사라진 사람들' 언론시사회에서 "페이크 다큐와 극영화가 같이 있는 형식의 영화가 드물기에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다"며 "개연성이 다소 부족하다는 걸 알고 있지만 요즘 우리가 사는 시대에 개연성 없는 실제 사건사고가 주위에 많다. 우리 시대의 이야기가 많이 스며들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효주가 이 무시무시한 사건을 파헤치는 기자다. "조심스러운 소재지만 여자 캐릭터가 주체적으로 사건 속에 들어가 헤쳐가는 과정이 좋았다"는 그는 "다큐멘터리나 시사프로그램, 기자의 이야기를 다룬영화 등을 보고 최대한 눈에 익히려고 애썼다"며 "질문을 유도할 때 기자들의 성향이 어떤지 많이 보려 했고 비슷한 이미지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몰입했다.
15년간 염전 노예로 살아온 인물로 나오는 배성우는 "정신이 이상한 연기를 하는 게 어려웠다"며 "어디까지가 해야 정확한 선인지 고민을 했다. 다큐 형식을 취하고 있기에 잘못하면 연기로 보일 수도 있으니 사실적으로 보이면 좋겠다는 생각에 연기하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차라리 무작정 두들겨 패현 되는 역할이 편안한 느낌"이라고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박효주와 함께 이 사건을 취재하는 카메라 기자를 연기한 이현욱은 카메라 뒤편에서 대부분 목소리로 출연한다. 그는 "얼굴이 많이 나오지 않는 걸 알고 시작했다"며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감독님이 배려해 생각한 것보다 많이 등장한 것 같다. 카메라 감독님은 과묵한 분들이 많은데 너무 말이 많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해 현장을 웃겼다.
'섬. 사라진 사람들'은 강렬하고 섬뜩한 반전도 있다. 쉽지 않은 소재에 영화적 흥미를 끌 만한 설정을 입혔다. 하지만 이 감독은 자극적으로만 소비되지 않길 바랐다. 열린 결말로 끝낸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고 나서 인권에 대해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힌 그는 "절망으로만 영화를 끝내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섬. 사라진 사람들'에는 '응답하라 1988'의 훈남으로 사랑받은 류준열이 염전 노예를 부리는 주인의 아들로 출연, 강렬한 쌍욕 연기와 날라차기를 선보인다. 제대로 악역이다.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우리 대사에도 나오지만 21세기에 노예라니 너무 충격적이었다. '사람에 관한 관심이 좀 더 있었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에 감독으로서 질문을 던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난 2014년 전남 신안군의 한 섬에서 13년간 '염전노예'로 살았던 지적장애 2급인 김모씨 사건은 대한민국에 충격을 안겼다. 딸을 유린한 성폭행범을 40일간의 추적 끝에 자신의 손으로 직접 잡은 엄마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공정사회'로 각종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이지승 감독이 이 이야기를 모티프로 영화를 만들었다. '섬. 사라진 사람들'이다.
영화는 염전노예사건 관련자가 전원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소식과 함께 유일한 생존자이자 목격자인 공정뉴스TV 이혜리 기자(박효주)가 혼수상태에 빠지고 사건 현장을 모두 담은 취재용 카메라 역시 종적을 알 수 없이 사라져 미궁 속에 빠진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았다. 감독의 상상을 가미해 염전 노예사건을 변주하고 비틀었다.
이지승 감독은 15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 '섬. 사라진 사람들' 언론시사회에서 "페이크 다큐와 극영화가 같이 있는 형식의 영화가 드물기에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다"며 "개연성이 다소 부족하다는 걸 알고 있지만 요즘 우리가 사는 시대에 개연성 없는 실제 사건사고가 주위에 많다. 우리 시대의 이야기가 많이 스며들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효주가 이 무시무시한 사건을 파헤치는 기자다. "조심스러운 소재지만 여자 캐릭터가 주체적으로 사건 속에 들어가 헤쳐가는 과정이 좋았다"는 그는 "다큐멘터리나 시사프로그램, 기자의 이야기를 다룬영화 등을 보고 최대한 눈에 익히려고 애썼다"며 "질문을 유도할 때 기자들의 성향이 어떤지 많이 보려 했고 비슷한 이미지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몰입했다.
15년간 염전 노예로 살아온 인물로 나오는 배성우는 "정신이 이상한 연기를 하는 게 어려웠다"며 "어디까지가 해야 정확한 선인지 고민을 했다. 다큐 형식을 취하고 있기에 잘못하면 연기로 보일 수도 있으니 사실적으로 보이면 좋겠다는 생각에 연기하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차라리 무작정 두들겨 패현 되는 역할이 편안한 느낌"이라고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박효주와 함께 이 사건을 취재하는 카메라 기자를 연기한 이현욱은 카메라 뒤편에서 대부분 목소리로 출연한다. 그는 "얼굴이 많이 나오지 않는 걸 알고 시작했다"며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감독님이 배려해 생각한 것보다 많이 등장한 것 같다. 카메라 감독님은 과묵한 분들이 많은데 너무 말이 많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해 현장을 웃겼다.
'섬. 사라진 사람들'은 강렬하고 섬뜩한 반전도 있다. 쉽지 않은 소재에 영화적 흥미를 끌 만한 설정을 입혔다. 하지만 이 감독은 자극적으로만 소비되지 않길 바랐다. 열린 결말로 끝낸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고 나서 인권에 대해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힌 그는 "절망으로만 영화를 끝내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섬. 사라진 사람들'에는 '응답하라 1988'의 훈남으로 사랑받은 류준열이 염전 노예를 부리는 주인의 아들로 출연, 강렬한 쌍욕 연기와 날라차기를 선보인다. 제대로 악역이다.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