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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버스킹] 형제공업사, ‘단골’ 되고 싶은 불량식품 같은 음악
입력 2016-02-13 11:46 
사진=형제공업사 제공
[MBN스타 남우정 기자] 형제공업사. 마치 길거리 간판에서 한 번쯤 보았을 것 같은 평범한 이름이지만 밴드의 팀명으로 정해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대부분 밴드명은 영어나 들었을 때 뭔가 있어 보이는 이름이 많지만 형제공업사는 단순하고 투박하다.

이런 딱딱한 팀명과 달리 형제공업사가 들려주는 음악은 재즈다. 부드럽고 세련되지만 익숙하고 친숙한 것이 형제공업사의 곡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팀 이름은 처음 음악을 시작할 때 별 고민 없이 만들었다. 동네에 하나씩 있을 법한 흔한 공업사처럼 이것저것 만들어보자는 의미로 장르나 작업 환경 등의 제약 없이 편하게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사람 냄새나는 불량식품 같은 음악이랄까.”

가장 최근에 발매된 음악인 ‘고여있는 시간 역시 묵직한 사운드를 자랑하는 가운데 마치 발라드를 듣는 것처럼 편안하고 대중적이다. 가사 내용도 대중가요의 주된 내용인 사랑과 이별 이야기다.

이별을 고민하고 있는 두 남녀에 대한 이야기로 매듭짓지 못한 시간과 공간을 표현한 앨범이다. 말 그대로 흘러가지 못한, 멈춰져있는 시간을 뜻하는데 서로 이별을 감지하고 있지만 결정하지 못한채 머물러 있는 순간을 표현한 제목이다. 흔히 이별 전에 느껴지는 공기 중의 긴장감 같은 것을 독백형식으로 이야기 했다. 그냥 흔한 이별 노래다.”

형제공업사라는 이름이 주는 힌트처럼 피아노를 치는 김진수와 베이스를 치는 김진일은 친형제다. 그렇게 둘이 음악을 시작했고 연주팀으로 함께하던 드러머 김동석이 합류해 삼인조로 활동을 하다가 보컬 심영국까지 영입돼 현재의 멤버 구성을 갖추게 됐다.

지금은 재즈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마 형제공업사의 초기 음반인 ‘만들자 만들자나 ‘왈츠 왈츠 왈츠는 뉴에이지를 떠올리게 하는 잔잔한 음악이었다. 또 보컬이 없는 연주곡이 대부분이었다.

초반 앨범들은 드럼 김동석의 합류 전이었다. 그 이후의 곡들에서 리듬 파트인 드럼의 필요성이 많이 느껴졌고 보컬도 합류하게 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꼭 연주곡으로만 활동을 하자는 건 아니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보컬 합류전인 초반에는 직접 노래한다는 게 좀 부담도 되었고 어색해서 자꾸 미루게 된 점도 있다. 장르 등의 경계를 딱히 염두해 두고 시작한 팀이 아니라서 앞으로도 다양하게 변화적인 음악을 할것 같다.”

잔잔한 연주곡에서 리듬감이 느껴지는 재즈풍으로 변화한 음악을 더욱 돋보이게 한 것은 독특한 음색을 지닌 보컬 심영국의 보이스다. 마치 목소리로 밀고 당기기를 하는 것처럼 보컬만으로도 리듬감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보컬의 컬러는 음악에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톤이라든가, 보이스 성향 등을 곡을 만들 때 미리 고려하는 편이다. 보컬인 심영국의 경우 국악(대금)을 전공했기 때문에 다른 보컬들에 비해서 개성있는 스타일의 색깔을 지녔고 이런 에너지가 실제 곡을 만들 때도 많은 영감을 준다. 아무래도 국악과 재즈는 좀 통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아무래도 국내 가요계에서 재즈 장르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익숙하지 않은 장르이기 때문에 어렵다는 편견도 상당수다. 그렇지만 형제공업사의 음악이 재즈임에도 발라드처럼 느껴질만큼 대중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다. 이것은 형제공업사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

원래 오래전부터 재즈 연주팀으로 활동해왔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어렵고 복잡한 음악보다 때로는 조금은 쉽고 가사가 있는 보컬 곡들이 사람들에게는 더 공감되는 것이 느껴져서 재즈를 기반으로 하여 곡에 어울리게 연주하는 방식으로 맞춰가며 작업하고 있다. 사람들은 충분히 복잡한 삶을 살고 있어서 좀 더 쉽게 자신들을 위로해줄 수 있고 공감할만한 음악을 찾는 것 같다.”

투박하지만 정감가고 공감가는 음악을 들려주고 있는 형제공업사는 15일 또 다시 새로운 신곡 발매를 앞두고 있다. ‘오늘부터 그냥 사귀는걸로라는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한 여성에게 첫눈에 반한 남자의 이야기를 공감되게 담아냈다. 기존 앨범과 차이가 있다며 보컬 심영국이 아닌 김진수가 직접 마이크 앞에 섰다는 것과 항상 작업을 해왔던 작가 Palsa가 아닌 팬들의 응모 사진으로 앨범 재킷을 제작했다는 점이다.

일단 중요한건 이번 앨범에서는 내가 직접 노래를 하게 되었다. 원래 타이틀곡 외에 들어가는 서브곡이었는데 예상외의 호평을 받으며 타이틀곡으로 실렸다.흔히 여자와의 첫만남에서 남자들이 하는 혼자만의 착각들을 유쾌하게 노래했고 누구나 남자라면 한번 듣자마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공감을 이끌어 낼 것이라 생각된다. 단, 경험담은 아니다.”(김진수)

형제공업사는 멤버 전원이 지방에 거주해 서울에서 자주 공연을 가지는 팀이 아니다. 그 부분은 멤버들도 아쉬워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신들의 목표이기도 한 ‘인디왕이 되기 위해 오늘도 음악과 소통을 멈추지 않고 있다. 형제공업사의 남다른 자신감만 보더라도 그 날이 멀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사실 좀 더 많은 공연을 하고 싶지만 약한 인지도 때문인지 슬프게도 섭외가 잘 들어오지 않는다. 유수 클럽들과 페스티발 등에서 연락이 오길 기대하고 있다. 머지않아, 누구나 이름 한번쯤 들어봤을 만한 굵직한 팀이, 언젠가 인디왕이 되고 싶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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