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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인터뷰] ‘치인트’ 지윤호 “지질男, 미움 받았지만 감사해요”
입력 2016-02-13 10:24  | 수정 2016-02-13 16:30
[MBN스타 김윤아 기자] 드라마에는 꼭 악역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악역은 주인공을 괴롭히며 도덕성이 결여된 행동으로 시청자의 ‘욕받이 역할을 자처한다. 하지만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겨 시청자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는다.

배우 지윤호는 최근 가장 크게 주목받은 악역으로 손꼽힌다.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에서 가장 얄미운 캐릭터로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그는 이간질부터 스토킹까지 세상에 온갖 밉상 짓을 다 하며 극중 여주인공 홍설(김고은 분)을 괴롭힌 오영곤으로 분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오영곤은 요즘 누리꾼들이 나를 보며 ‘욕 나온다 ‘찌질하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며 오히려 그게 너무 좋고 행복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치인트의 씬스틸러로 관심 받고 있는 요즘, 어때요?
대중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게 이번이 처음이에요. 6년 정도 걸렸네요. 모든 게 감사해요.무엇 보다 ‘치인트는 웹툰 원작이 이미 유명했고, 어마 무시한 아우라를 지닌 박해진 선배와 생활 연기의 달인 김고은 배우 그 외에 핫 하신 배우들 나오고, 드라마가 잘되다 보니 이 모든 것 덕분이죠. 그리고 제 캐릭터가 ‘암유발 캐릭터로 그려지니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엔 은택으로 오디션을 봤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그런데 현장에서 은택이 역할로는 오디션에서 떨어질 거라는 판단이 섰어요. 그리고 불량스러운 걸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는데 운이 좋게 기회가 닿았어요. 꼭 역할을 따야겠다는 결심뿐이었는데, 그때 그 결정을 안했으면 살면서 평생 후회했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감독님은 왜 지윤호씨를 선택했을까요?
웹툰에 나오는 인물이랑 완전히 닮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째진 눈은 비슷하지 않나요? 싱크로율을 맞춰야하니깐(웃음).”

- 이번 작품에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나요?
나의 작은 찌질함을 극대화 시켰어요. 여자인 친구들에게도 자문을 구하면서 이런 저런 고민을 했죠. 특히 극중 오영곤이 여자 집에 찾아가는 건 굉장히 무례한 일이잖아요. 그런데 오영곤을 생각해보면 불순한 의도라기보다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할 줄 몰라서 생긴 에피소드였을 거 에요. 이렇게 오영곤을 충분히 이해하는 데에도 주력했어요. 이렇게 빠지다보니깐 내가 연기할 때는 찌질하다는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원빈이 하면 로맨스, 오영곤이 하면 스릴러가 되는 이치라고 할까요?(웃음)

- ‘치인트로 씬스틸러라는 별명도 얻었고, 대중들의 관심도 많이 받고 있죠. 이렇게 얻는 게 있다면, 잃은 것도 있을 텐데요. 어때요?
좋은 동료들도 얻었고 감독님도 좋았고. 덕분에 신인인 내가 현장에서 편안하게 할 수 있었어요. NG를 많이 내도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셨어요. 그래서 얻은 건 많은데, 정말 잃은 건 없어요. 물론 잃을 것도 없었죠. 이번 작품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임했거든요. 그래서 보여줄 것 밖에 없었고, 내 안에 모든 걸 끄집어내자고 결심했어요. 힘든 시기에 제게 온 작품이기에 더 간절했죠. 그래서인지 누리꾼들의 욕을 먹어도 행복해요. 멋있어 보이고픈 욕심도 전혀 없고요.”

-지윤호에게 힘든 시기란 언젠가요?
2011년 MBN시트콤 ‘갈수록 기세등등 주인공으로 데뷔를 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승승장구할 줄만 알았어요. 유명한 배우들만 찍는다는 다비치의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했고요. 당시 정말 철없이 학교도 안 나가고, 장밋빛 인생만 기대하고 살았어요. 그런데 잘 안되기 시작하더니 오디션도 많이 떨어졌어요. 좌절도 많이 했죠. 6년이라는 시간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수 있겠지만, 혼자 좌절도 하고 스스로 단련하며 지낸 시간이기에 제게는 매우 소중한 시간이에요. 아직은 제가 잘 된 건 아니지만, 이렇게 조그마한 관심을 받게 된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해요.”

-그 시기를 버틸 수 있게 도와준 원동력이 있을까요?
저희 누나요. 누나도 참 바쁜 사람인데, 제 일이라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대화도 가장 많이 나눠요. 아! 제 누나는 NS홈쇼핑 윤정민 쇼호스트로 활동하고 있어요. 생방송 진행이 얼마나 힘들고 바쁘겠어요. 그런데도 음식을 차려주는 건 당연하고, 대본 리딩까지 다 맞춰줘요. 저의 유일무이한 연기선생님이기도 하죠. 누나가 굉장히 직설적으로 조언을 해주는데, 많은 도움이 돼요. 그래서 누나한테 항상 잘 해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치인트가 잘 돼서 누나도 직장에서 유명해졌대요. 제가 연기를 못하면 얼마나 창피했겠어요(웃음). 그래서 더 열심히 했어요.”

-배우들 중에 나에게 원동력이 되는 사람도 있나요?
하정우 선배요. 평소 말하는 유머 제스쳐, 개그 모두 제 취향이에요. 그래서 하정우 선배 소속사인 판타지오에 오디션을 봐서 들어갔어요. 당시에 대화도 나누고 인사도 할 수 있었겠지만, 그냥 먼발치에서만 바라봤어요. 아마 그때 만났다면, 대화도 안통했을걸요(웃음).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얼마나 많은 신인들이 와서 인사하고 ‘존경한다고 말하겠어요. 저는 그것보단 열심히 해서 하정우 선배가 제 존재를 배우로서 알아줄 때, 그때 꼭 다시 인사드리려고요. 만나면 무슨 얘길 하고 싶냐고요? ‘존경합니다. 제가 신인 때부터 줄곧 선배님을 보며 연기를 했습니다 이렇게 꼭 말하고 싶어요. 그럼 하정우 선배도 저도 뿌듯할 것 같아요.”



-그럼 제2의 하정우가 되는 게 목표일까요?
지금 시점은 저를 마음껏 미워해 주셨으면 해요. ‘치인트를 시작하며 제 목표는 ‘사람들에게 욕먹자였어요. 그래야 주변 사람들이 더 빛이 나고, 작품도 살아나니깐요. 그리고 이젠 곧 사이다처럼 기뻐지실 일만 남았어요(웃음). 인생의 목표요? 나이와 상관없이 트렌디함을 유지하고 싶어요. 나이가 들어도 젊은이들과 소통하고 싶고, 남녀노소 세대 막론하고 말이 통하는 사람이 됐으면 해요. 연기도 마찬가지고요.”

김윤아 기자 younahkim@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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