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닫힌듯 열린 공동체 공간 만든다
입력 2016-02-12 15:59  | 수정 2016-02-12 19:49
북카페처럼 설계해 사랑방 역할을 하는 인천 청라국제도서관. [황규백 사진작가]
◆ 신진건축사 뛴다 / 디자인그룹오즈 최재원 소장 ◆
매일경제신문은 국토교통부·대한건축사협회와 함께 신선한 감각과 열정으로 공간을 만들어내는 젊은 건축사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그들의 작업과 철학을 소개한다.
게임과 TV, 쾌적한 카페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빽빽한 책으로 둘러싸인 도서관 이미지는 거부감을 일으킨다. 대신 널찍한 카페처럼 머무르고 싶은 공간으로 재탄생한 도서관은 젊은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발길을 이끈다.
인천광역시 서구 연희동 문화공원 옆에 있는 청라국제도서관이 그런 곳이다. 이 도서관은 지하 1층~지상 3층 구조물로 1층보다 2~3층이 넓은 '가분수' 구조다. 포스트텐션(post tension) 구조를 부분 적용해 안전성을 확보하면서 1층 외부의 개방적인 공간과 2층에 여유 있는 열람 공간을 제공한다.
도서관에 들어서면 하얗고 환한 내벽이 뿜어내는 개방감이 탁월하다. 동서남북 방향 따라 크기와 모양이 달라지는 유리창은 자연 채광을 전달할 뿐 아니라 주변을 둘러싼 나무와 호수, 주택가 등이 도서관 내부를 완성하는 다채로운 자연산 무늬를 이뤄 지루하지 않다. 3방향 출입구를 통해 주거지와 공원, 상업시설로 연결돼 편리함까지 갖췄다.
이런 구조는 도서관을 단순히 책을 보는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주민들 공간으로 풀어놓아 가능해졌다. 어린이 놀이공간, 전시실 등 다용도로 활용하기 좋다. 책은 도서분류법에 맞춰 배치하되 처음과 끝이 이어지는 360도 순환 구조라서 책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치 '지식탐구 여행자'가 된 듯하다. 낯선 책을 발견하는 기쁨을 위해 대형 서점에서 볼 수 있는 전시서가도 설계에 반영했다.
책을 읽는 방법도 지루하지 않다. 2~4인용 책상은 물론 계단형, 쇼윈도형, 평상형, 소파형 등 다양한 형태가 마련됐다. 옥상에 태양열 집열판 지붕을 얹고 경관데크를 설치해 녹지를 내려다보며 눈의 피로를 푸는 휴식공간도 있다.
청라국제도서관을 설계한 최재원 디자인그룹오즈 건축사사무소 소장(39)은 "청라국제도서관은 첫 번째 신도시 프로젝트다 보니 호수공원 외에 주변 여러 경계지가 완성되지 않은 채 빈 공간에서 상상하며 만들어 간 경험이 도전이 됐다"며 "건물이 들어서면서 길을 막아서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길로 통하는 열린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영주시 풍기읍사무소와 영주 장애인복지관 등 낮지만 주변 경관과 어울리고 기존 길과 쉽게 연결해 사람들이 부담 없이 다가가는 공간으로 변신시키는 재주가 탁월하다. 작년 11월 개관한 은평구립 구산동 도서관마을은 기존 다세대 주택 3채를 도서관으로 둔갑시키는 과제를 똘똘하게 풀어내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최 소장은 '2013 대한민국 신인건축사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13 한국농촌건축대전' 대상, '2015 인천광역시 건축상' 대상 등을 받았다. 2007년 디자인그룹 오즈건축사사무소를 공동 창업했고 각종 공모전에서 맹활약 중이다. 그는 "앞으로 좀 더 다양한 프로젝트에 도전하겠다"며 새로운 공간 창출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한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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