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에게 아파트 값은 잘 오르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수요자 입장에선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타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지금 나온 뉴스테이를 보면 월세 대비 입지를 고려하면 비싸서 이사 갈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오는 6월 전세 계약 기간이 끝났지만 전세금을 더 올려줄 수 없어 다른 집을 찾아 전전긍긍하는 회사원 김 모씨(33)의 말이다.
지난해 말 즈음부터 전세난에 골치 앓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 중 하나가 ‘반값 아파트다. 디벨로퍼(부동산개발업체)처럼 일정한 땅을 대상으로 사업 제안을 해 직접 시공과 분양도 하겠다는 협동조합 ‘집쿱 결성이 추진되면서부터다.
‘시민의 힘으로 아파트값 거품을 빼겠다는 취지로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1억~1억2000만원 선의 분양가에 월 36만원 정도의 토지 임대료를 내는 ‘반값 아파트를 짓겠다는 것이 이들의 목표이다. 19년간 대기업 계열 건설사에서 일한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을 비롯해 전주 한옥마을 사업에 관여했던 김병수 사회적기업 ‘이음‘ 전 대표, 윤순철 경실련 사무처장 등이 주축이 됐다.
반값 아파트는 국가나 지자체가 가진 땅에 집을 지어 건물을 분양하는 식으로 분양받은 사람은 아파트 건물을 소유하면서 국가나 지자체에 토지에 대한 임대료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알려져있다. 공공 토지를 장기 임대하는 식이기 때문에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데다 협동조합이 직접 정규직 노동자들을 고용해 집을 지으면 대형 건설사들이 대단지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4~5단계로 하도급을 주면서 가격에 거품이 끼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집쿱 관계자들의 말이다.
취지가 좋지만 현실성이 낮다는 것이 문제로 꼽힌다. 집쿱 측이 검토 중이라는 ‘서울의료원 강남부지 에 대해서 서울시는 임대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들 모두의 땅인만큼 공익적 차원에서 부지가 유찰되는 한이 있더라도 까다롭게 검토 중”이라며 분양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취지가 좋고 합리적인 내용이더라도 실제 예산 사정이나 현재의 상황으로 미뤄봤을 때 의문이 가는 사업에 공공 소유의 강남 노른자 땅을 두고 모험을 걸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는 얘기다. 반면 집쿱 측은 서울시가 개발계획을 제대로 확정하지도 않은 채 대기업을 상대로 땅을 판다는 것은 공공성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을 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 토지임대부 아파트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반값 아파트‘ 정책의 일환으로 3.3㎡당 570만원 선에 서울 서초구 우면지구 등에 선보인 적이 있다.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에는 집쿱과 유사한 형태의 사회적 주택조합을 통해 주택이 공급되기도 한다는 게 업계의 말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가능성은 있지만 정작 땅 문제에서부터 서울시와 집쿱이 서로다른 꿈을 꾸는 한, 협동조합이 짓는 반값 아파트‘는 시간이 걸리지 않겠나”고 말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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