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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허가 전 상생방안 내라” 서울시의 마트 압박 논란
입력 2016-02-11 16:39 

앞으로 서울에서 대형마트·복합쇼핑몰을 지으려는 사업자는 서울시의 건축허가를 받기 전에 골목상권과 상생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는 직접 주변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착공 전에 규모조정 등을 요구키로 했다.
서울시는 건물이 완공되고 입점업체 구성이 끝나면 조정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건축 인·허가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지자체에 민간사업자들이 무조건 따를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지나친 권한행사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서울시는 11일 경제민주화 특별시를 선언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16개 실천과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대형유통업체는 출점 계획을 세우는 시점부터 상생특별전담기구(TF)를 구성해 주변 지역 상인들과 상생방안을 마련하게 된다. 건축허가 단계에서부터 마트나 쇼핑몰의 규모와 판매품목을 놓고 골목상권과 협의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 것이다. 서울시는 이 방안의 실효성을 검증하기 위해 건축허가 단계에서 직접 상권영향조사를 실시키로 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행정지도 등을 통해 이번 조치를 사실상 강제할 경우 위법 논란이 제기될 전망이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는 대형마트 등이 새로 문을 열 때는 업체가 직접 상권영향평가를 실시한 다음 주변 상권과의 협력 계획을 점포개설 등록 1개월 전까지 자치구에 제출하도록 돼 있다. 건축허가 단계에서 상생 방안을 마련할 법적 의무는 없는 셈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점포 등록 1개월 전에는 매장배치와 품목 조정 등이 이미 끝난 시점이어서 조정이 사실상 어렵다”며 법적으로 강제할 수는 없지만 지역에서 공론화 시점을 앞당겨 상생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은 사업 초기부터 충분한 시간을 갖고 주변 상권과 상생 문제에 대해 고민하겠다”면서도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골목상인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억지스러운 요구만 더 늘어나는 부작용이 예상된다”며 사실상 서울에서는 대형 유통단지를 만들지 말라는 선전포고로 느껴진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로 서울 시내에 새로운 상권이 만들어지는 것이 사실상 차단됐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손일선 기자 / 석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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