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집 꾸미기 열풍에 중저가 판화·사진 호황
입력 2016-02-11 15:46 

11일 서울 압구정로 가로수길을 걷다 보니 ‘옐로우코너(YellowKorner)라는 깃발이 눈에 들어왔다. 외국에서 봤던 사진 전문 갤러리였다. 지하1층 매장에 들어갔더니 외국인 관광객 두 서명이 벽에 빼곡하게 걸린 감각적인 사진들을 훑어 보고 있었다. 중앙엔 마치 레코드판 고르듯이 작품이 진열돼 있어 마치 화랑이 아닌 음반 가게 느낌을 물씬 풍겼다. 프랑스에서 2006년 설립돼 전세계 100여개의 매장을 갖고 있는 옐로우코너의 한국 분점으로 가로수길에 진출한 것은 작년 5월이었다.
2014년 한국에 진출한 독일 ‘루마스 갤러리 청담동 분점 역시 옐로우코너와 비슷한 사진 전문 갤러리다. 3만원에서 500만원까지 에디션이 있는 중저가 사진 작품을 주로 판매한다. 보통 갤러리에서 유명 작가의 사진 전시를 열 때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판매되는 걸 감안하면 저렴한 가격대인 것이다.
국내 중저가 사진과 디지털 판화 시장이 꽃을 피우고 있다. 서울옥션이 2012년 론칭했고, 작년에 삼청동에 직영점을 낸 ‘프린트 베이커리가 개척한 미술 대중화 시장에 외국 화랑까지 속속 가세하는 모양새다.
옐로우코너 전속작가는 세계적으로 250명으로 가격대는 9만원에서 390만원까지. 한국 시장에 맞게 600~700점을 선보이고 있다. 류지수 큐레이터는 젊은층의 집 꾸미기 붐, 이른바 집방 열풍에 힘입어 시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과 일본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옐로우코너 창업자는 MBA 과정에서 동업한 프랑스 알렉산더 드 메츠와 폴 앙투앙 브라이어트. 그들은 옐로우코너 컨셉은 사진 작품의 수를 확대하여 많은 컬렉터들에게 다양한 사진 작품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5000유로(676만원)에 10장의 사진을 만든다면 옐로우코너에서는 50유로에 1000장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옐로우코너는 가로수길 뿐 아니라 삼성동 코엑스몰 1층에도 있으며, 분당 AK플라자에도 입점하고 있다. (02)3448-3012
청담동 루마스 갤러리 역시 가정집을 방문한 듯한 느낌이다. 거실, 주방, 서재, 사무실 등 분위기로 꾸며져 마치 미술 애호가의 집을 들여다 보는 기분이다. 작품이 집안에 놓였을 때 어떤 분위기일 지 느끼고 상상하라고 재촉하는 듯하다. 2004년 독일에 설립된 루마스 갤러리는 현재 전세계 18개국에서 46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전세계 작가 200여명의 1800여점을 판매한다. 한정판의 경우 50~150여점 한정 부수로 인화돼 작가의 친필 서명과 보증서가 발행된다. 전세계에서 작품이 판매될수록 가격이 올라가는 구조다. 엽서 크기로 뒷면이 자석으로 마감된 휴대용 작품은 40여종으로 3만원대에 팔린다. 데미안허스트 판화 같은 경우 1000점의 에디션이 있고, 3000만원에 판매된다.(02)549-5996
사진을 디아섹 액자로 파는 옐로우코너와 루마스와 달리 프린트베이커리는 김환기 이왈종 장욱진 등 국내 명화를 디지털 판화로 재현해 판매한다. 한점당 수억원 하는 비싼 원화를 사기에는 부담스러운 미술 애호가들을 겨냥해 인기가 높다. 현재는 150여 명에 달하는 작가의 250여 종 작품을 출시하고 있다. 프린트베이커리 마케팅 관계자는 최근 방송계 트렌드가 ‘먹방에서 ‘집방으로 갔다. 집안 인테리어를 차별화하려는 욕구가 큰 젊은층에서 가격이 저렴한 디지털 판화와 사진 작품을 많이 찾고 있다. 선물용으로도 많이 팔린다”고 말했다. 프린트베이커리 역시 김석종 김민주 이윤종 등 사진 작가들의 작품도 제작해 7만원에서 110만원대에 판매하고 있다. (02)734-8800
중저가 사진과 디지털 판화 시장이 커지는 것은 경제력이 커지며 문화적 인식이 높아진데 따른 것이다. 고급문화를 일상에서 누리려는 욕구가 커지고 때마침 인테리어 열풍이 불면서 저가 미술시장이 팽창할 조짐이다.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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