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리인상 속도 늦출 수도, G2·신흥국 위기, 저유가 등 다른 불안요인과 겹쳐 악영향 커질 수도
입력 2016-02-11 08:14 
금리인상 속도 늦출 수도/사진=연합뉴스
금리인상 속도 늦출 수도, G2·신흥국 위기, 저유가 등 다른 불안요인과 겹쳐 악영향 커질 수도

올 들어 대내외 악재로 힘든 길을 가고 있는 우리 경제에 북한발 리스크가 반복해서 악재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연초인 지난달 6일 4차 핵실험을 한 지 한 달여 만인 7일 다시 장거리 로켓(미사일)을 쏘아 올려 가뜩이나 불안한 대외여건을 한층 더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미사일을 발사한 날이 일요일이고 월요일인 8일부터 수요일인 10일까지 설 연휴여서 북한 미사일 발사에 따른 충격파가 당장 국내 금융시장에 전달되지는 않게 됐습니다.

그동안 반복된 북한발 리스크는 금융시장에 당장 충격을 줬다가는 얼마 가지 않아 회복됐던 '학습 효과' 때문에 국내 금융시장이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인 게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사정이 약간 다를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습니다.

미국·중국 등 주요 2개국(G2) 리스크, 신흥국 불안 및 저유가에 따른 수출 위축, 내수경기 침체 등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불안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대북 리스크까지 가중되면 복합적인 요인이 함께 작용하면서 충격이 커지는 이른바 '칵테일'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한국과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만큼 강력한 대북 제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이 여파로 개성공단 운영 등 남북경협 사업이 큰 타격을 받을 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 당국, 시장변동성 확대 방지에 주력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예고됐던 만큼 설 연휴가 끝난 후 금융시장의 동요가 없도록 한다는 방침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이를 위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이날 오전 정은보 부위원장 주재로 글로벌 동향 및 금융시장 점검을 위한 긴급회의를 개최했습니다.

한국은행도 긴급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열어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최상목 1차관 주재로 금융위, 한은,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경제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했습니다.

기재부는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0일에도 금융위,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국제금융센터 등이 참석하는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북한 미사일 발사가 국내 금융시장과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대응책을 논의할 계획입니다.

한국은행도 10일 이주열 총재가 주재하는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소집해 필요하면 시장안정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과거 북한발 위기 요인이 국내 금융시장이나 실물경제에 미친 영향이 제한적이어서 이번에도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및 중국발 불안, 신흥국 경제 둔화, 저유가 등과 맞물려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점을 가장 경계하고 있습니다.

◇ 강해지는 북한 리스크…'칵테일 위기' 현실화되나

북한이 연초 단행한 4차 핵실험으로 한국 경제는 지정학적 위험을 떠안고 한 해를 시작했습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지난 2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면서 신용 등급 제약 요인으로 북한 리스크를 꼽을 정도였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지정학적 위험은 잦아들기는커녕 강도가 더 커졌습니다.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악재 속에서 출발한 한국 경제의 향방이 갈수록 오리무중으로 빠져드는 모습입니다.

정부는 올해 미국이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세계경제 성장률도 완만하게 개선되리라는 전망을 바탕으로 경제정책방향을 짰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흐름은 세계경제가 더 좋지 않은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우선 G2(미국·중국) 경제의 올해 첫 달 성적표가 심상치 않습니다.

중국의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9.4로, 2012년 8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바오치(保七·7%대 성장) 시대에 종언을 고한 중국 경제의 둔화 우려가 갈수록 커지는 모습입니다.

세계 경제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는 미국의 1월 산업생산, 소매판매, 설비가동률 지표도 부진하게 나왔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해지고 있습니다.

중동 정세 불안에 이슬람국가(IS)의 테러 위협 확산, 북한 핵실험 등 세계 주요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도 커지는 형국입니다.

이런저런 위협 요인이 겹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폭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엎친 G2 리스크에 국제유가 급락이 덮쳐 연초부터 신흥국 환율과 주가가 곤두박질 쳤습니다.

일본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전격 도입하며 경기 부양에 나선 이후에는 안전자산인 달러화와 엔화마저 연일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세계경제의 악재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칵테일 리스크'가 현실화하면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는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습니다.

◇ "北 리스크 영향 제한적이지만 환율상승·경협 경색 등 불가피할 듯"

전문가들은 북한 미사일 발사가 학습 효과 때문에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습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그동안 경험을 보면 북한발 리스크로 우리 경제가 받는 충격 기간은 많이 짧아졌다"며 "이른바 학습효과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도 "충격이 길게 지속되면 국가 신용도에 영향을 주고, 금융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환율도 올라가는 등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학습 효과 때문에 북한발 리스크에 금융시장이 무감각해진 면이 어느 정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 교수는 북한이 이번에 시험발사한 미사일 성능에 따라 충격이 미치는 기간이 달라질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개성공단 폐쇄까지 이어지는 점은 우려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가 실렸습니다.

신 부문장은 "여러 군사적인 문제가 발생해도 닫은 적 없던 개성공단이 폐쇄된다면 실질적으로 남북 경협에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오정근 특임교수도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남북 관계가 경색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발 리스크가 커진 만큼 재정 지출을 조정하는 등 국가경영전략을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오 교수는 "이번 일을 계기로 불필요한 부분에 대한 재정 지출을 합리적으로 조절하고 국방비를 늘리는 방안 등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국가경영전략에 전환점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MBN APP 다운로드